▲멸종위기의 칠갑산 흰진달래를 30년간 연구해온 안종관씨.김명숙
“지도소(지금은 농업기술센터로 명칭이 바뀜)에 다닐 때인데 친구집에 갔더니 산에서 채취했다는 하얀 진달래가 두 그루 있어 그 중에 한 그루를 얻어왔습니다. 2년인가 3년인가를 키웠는데 환경을 못 맞춰서 죽어버렸어요. 칠갑산에 자생하는 것이라고 해 산을 뒤졌으나 사람들이 다 채취해 간 뒤라 산삼 찾기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때야 지금처럼 자연보호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희귀하니까 사람들이 보는대로 캐 갔겠죠."
산에서 하얀 진달래를 구하지 못한 안종관씨는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 한 그루 남은 친구집 하얀 진달래 나무를 바탕으로 분주도 해 보고 꺾꽂이도 해 보는 등 궁리를 하다가 그 하얀 진달래가 꽃 피고 진 다음 맺은 씨방에서 씨를 받아다가 종자를 파종하는 방법을 썼다.
묘를 기르는 동안 겨울에는 방안에 모시고 날이 풀리면 밖에다 두고 부인 서영자(64)씨로부터 “진달래가 애들보다 더 소중하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발아가 돼서 온갖 정성을 들여 어린 묘 기르기를 3년. 드디어 4년차 봄이 되니 몇몇 묘목에서 꽃망울을 맺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꽃망울은 흰색이 아닌 분홍색이었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묘상을 화단에 엎어버렸는데 며칠 후 다른 묘목에서 흰색의 꽃망울이 비쳤다.
“키운 모 중에서 절반이 핑크 빛이 나왔습니다. 야생 진달래는 흰색뿐만 아니라 분홍색도 삼목이나 분주가 안되고 오직 종자로만 번식해야 하는데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씨앗에서 발아해 첫 꽃이 필 때까지의 기간인 4~5년 동안 성묘율은 20% 정도 밖에 안됩니다."
수령이 5~10년 된 하얀 진달래 나무에서 가을에 종자를 꼬투리째 따서 이듬해 봄에 야생생육상태의 환경을 만들어 씨를 뿌려야 발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렇게 해서 4~5년 부지런히 키워야 겨우 꽃 한두 송이를 보게 되는데 그때까지 입고병(돌림병)이 어린 묘에게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그렇게 칠갑산 하얀 진달래를 살려보겠다고 바친 세월이 30여 년.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오로지 멸종위기의 칠갑산 하얀 진달래를 복원해 보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왔다.
안종관씨는 현재 3천여 평의 야산에 하얀 진달래 500여 그루를 키우고 있다. 키가 2m가 넘는 25년생에서부터 한두 송이 꽃망울을 틔우는 것들까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진달래는 무엇보다도 야생성이 강해 자연조건이 최고로 중요하기 때문에 산에다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