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10

백호와 만나다 2

등록 2004.04.07 03:48수정 2004.04.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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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옷이 정말 날개옷이에요, 언니?”

“ 아니야. 이 옷은 날개옷이 아니야, 난 하늘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산신님을 도와살고 있기 때문에 하늘나라에 올라갈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난 날개옷을 항상 입고 있을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하늘나라에 올라갈 때는 언제나 날개옷을 입지.”


“ 그럼, 그 날개옷을 볼 수 있어요?”

바리는 팔딱 일어섰습니다.

“ 물론이야, 하지만, 지금은 저 할아버지의 말씀부터 듣자구나.”

진달래 언니의 목소리는 바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깊은 산 속의 폭포수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산새들의 노래소리처럼 명랑한 느낌도 있었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은 소리인것 같기도 했고, 울창한 숲 속 나뭇잎 사이사이로 비추는 햇볕처럼 따뜻하기도 했습니다.

신선 할아버지가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기를 멈추자, 눈처럼 하얀 호랑이가 앞발을 세우고 일어나 앉아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놀랐지?”

호랑이가 말을 하다니…… 바리는 호랑이가 물어보는 말이 더 놀라울 지경이었습니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진달래 언니는 까르륵 웃기 시작했습니다. 바리가 물었습니다.


“ 넌 나쁜 호랑이야, 좋은 호랑이야? 나쁜 호랑이들이 우리 엄마 아빠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가는 걸 봤어.”

호랑이가 대답했습니다.

“그 눈이 빨간 호랑이들 말하는구나. 난 그 호랑이들하고는 다르단다. 우리는 사람을 해치지도 않고, 아이들을 물지도 않아, 옛날엔 호랑이들과 인간들은 친한 친구였던거 아니?.”

어디선가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진달래 언니가 물었습니다.

“ 알고 있을거야, 책에서 읽은 적 있지? 잡아먹으려고 집에 들어온 호랑이를 피해 나무로 올라갔다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남매 이야기.”

“ 오빠는 달이 되고 여동생은 해가 된 이야기요?”

“ 아는구나. 그때 호랑이가 수수밭에 떨어져 피를 흘리고 죽었잖니. 그 이야기가 다 사실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어?”

바리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 말도 안돼요, 그런게 어디 있어 .”

“ 그 후로부터 호랑이들은 인간들을 무서워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무서운 마음과 함께 그 남매들에게 당한 원한 때문에 사람들을 더욱더 미워하기 시작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호랑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란다. 사람들은 호랑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 호랑이들은 사람들만큼 깊게 생각을 할 줄도 모르고, 많은 것들을 빨리 이해할 만큼 영리하지도 못했지, 게다가 그 남매를 쫓아가다가 썩은 동아줄이 끊어져 죽은 그 호랑이의 피는 수수대를 붉게 물들였거든. 사람들은 그 수수를 꺾어서 떡을 만들어 먹었고, 거기에 물들어 있는 호랑이의 핏자국을 먹으면서 호랑이의 힘까지 갖기 시작했지.”

바리는 진달래 언니가 하는 말을 도통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생일이 되면 그 호랑이들처럼 튼튼해 지라고 수수팥떡을 주곤 했는데, 얼마전부터 사람들은 그 떡을 먹지 않아서, 그 사람들은 호랑이들의 힘을 기르지 못하게 되었단다. 그러니까 호랑이들이 더이상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서, 오래도록 준비한 복수를 시작할 수 있었어.”

바리는 선녀가 여전히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생일케잌 대신 그 맛없는 수수떡을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럼, 그 수수팥떡이 무슨 마법의 힘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가???내 뒤에 앉아있는 이 선녀 언니가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만 했습니다.

선녀 언니는 그런 바리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바리를 설득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 그 뿐이 아니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에는, 또 여러 신들이 같이 살면서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었어, 부엌, 화장실, 우물, 외양간, 장독대 등 사람들이 다니는 곳엔 신들이 있어서 가족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었단다. 그런데 남매들에 의해 죽은 그 호랑이의 후손들은 시시탐탐 인간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 그들은 어느 날 하늘에 올라가던 용에게서 여의주를 빼았았는데. 그 여의주 안에는 집안을 지켜주는 가신들로부터 모은 기가 모여있어서 그 기를 통해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거든. 그 여의주가 하늘나라에 가지 못하고, 지금 호랑이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있다구…. “

호랑이가 말을 이었습니다.

“ 그 여의주가 호랑이들의 손에 들어간 이후, 가신들도 많이 힘을 잃었어, 사람들은 더이상 가신들을 믿지 않고, 그리고 그 호랑이들이 힘을 얻어가면서 가신들의 일을 방해할 정도까지 이른 거야. 그 호랑이들은 힘을 계속 키워서 해와 달을 다스리는 일월궁전에 들어가서 그 남매들을 없애려고 해. 그 여의주를 가지고 있으면 해도 달도 다 호랑이들이 소유가 되지.”

바리가 물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일월궁전에 들어가서 해와 달을 빼앗으면, 이세상은 온통 호랑들의 세상이 되는거지. 지금처럼 해와 달이 번갈아가면 뜨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아니면, 낮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그 가신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요즘처럼 장독대도 없고 부엌에 아궁이도 없는데, 그러면 거기 살던 그 아저씨들은 다 어디에 있나요??”

선녀 언니가 말했습니다.

“바리 네가 직접 그분들을 만나게 될거야."

“네?”

호랑이가 말했습니다.

“ 여의주를 얻은 호랑이는 태백산맥 한가운데 자기의 영토를 만들어놓았지. 사람들을 잡아다가 호랑이로 만들어서 자기의 시민으로 만들고 있는 거야. 네가 보았던 그 눈이 붉은 호랑이들은 전부 그 나쁜 호랑이들이 만들어놓은 그 호랑이 나라의 시민들이란다.”

바리는 놀라 말했습니다 .

“ 우리 엄마 아빠도 호랑이가 되어있나요? 혜리도, 보육원 친구들도 전부 호랑이가 되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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