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된 동대문 풍물시장, 불법 난무

난잡함과 '땡처리' 시장으로 변질… 지속적인 자율 정화 노력 절실

등록 2004.04.07 11:52수정 2004.04.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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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노점상들이 대거 이전한 동대문 풍물시장이 취지와는 달리 '땡처리'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좌판에서 불법 음란 DVD와 성인용품 등 낯뜨거운 물건이 거래되고 있는가 하면 비아그라 같은 전문의약품 등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등 불법 상행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a 휴일이면 많은 인파가 몰리는 동대문 풍물시장.

휴일이면 많은 인파가 몰리는 동대문 풍물시장. ⓒ 유성호

지난 5일 찾은 동대문 풍물시장은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초입부터 늘어선 좌판에는 중고 가전제품, 골동품, 휴대폰 충전기, 손목시계, 각종 장식품 등이 가로 2m, 세로 1.2m 좌판에 빼곡이 진열돼 있었다.

가짜 비아그라·낯 뜨거운 성인용품 버젓이 판매

이곳에서의 흥정은 조용하게 이뤄지고 있었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값을 깎는 실랑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초입에서부터 첫 통로로 약 50m 가량 들어가자 성인용품이 버젓이 좌판에 널려 있다. 지나가는 이들의 민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가족의 경우, 아이들의 시선을 막느라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다.

약 4∼5개 정도의 성인용품 판매 좌판에는 각종 딜도와 바이브레이터 등 성인용 자위 기구가 수북히 쌓여 있었으며 매대 한쪽에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 치료제가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뒀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이 약들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약사법 위반행위이며, 자칫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시급한 단속이 필요하다.

a 좌판 사이 사이 민망한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 눈에 띈다. 이 곳에서는 가짜 비아그라 등도 팔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흐림효과)

좌판 사이 사이 민망한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 눈에 띈다. 이 곳에서는 가짜 비아그라 등도 팔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흐림효과) ⓒ 유성호

음란 DVD 진열…아이 시선 막느라 허둥대는 부모들


성인용 DVD를 판매하는 곳 또한 주요 부위만 살짝 모자이크 처리된 전라(全裸)의 영화 포스터를 비치, 풍속을 해치는 불법 판매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의 성인용품 판매는 '풍속영업소에서 음란한 문서·도서·영화·음반·비디오물 기타 물건을 반포·판매·대여하거나 이를 하게 하는 행위와 음란한 물건을 관람·열람하게 하는 행위 및 반포·판매·대여·관람·열람의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진열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현행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상 제3조(준수사항) 2항을 위반하고 있다.


물론 과거 청계천에서도 이같은 불법 판매행위는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의 동대문 풍물시장은 가족단위 인파가 몰린다는 점에서 자율 정화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또한 팔다 남은 '땡처리' 물건을 내다 파는 좌판이 전체의 3분 1 가량이나 돼 '벼룩시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가 하면,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도용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인다.

a 개별 상수도 시설이 없는 식당가. 날씨가 더워지면 식중독이 우려된다.

개별 상수도 시설이 없는 식당가. 날씨가 더워지면 식중독이 우려된다. ⓒ 유성호


"상수도 없는 식당 식중독 우려"

7세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 민소연씨(34·홍제동)는 "낯 뜨거운 물건을 파는 곳을 지나다가 화들짝 놀랐다"며 "이곳에 처음 왔는데, 기대와 달리 시장 관리가 너무 소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씨는 특히 "가건물에 들어선 식당의 경우 개별 수도가 없어 위생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날씨가 더워지면 식중독이 우려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창순씨(52·창동)는 "고서적이나 서화를 보러 왔는데 몇 점 밖에 없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지도 못했다"며 "대부분이 동네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는 등 벼룩시장으로서의 특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대문 풍물시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청 청계천가로환경개선반 관계자는 "노점상 894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서 획일적인 법 적용으로 단속 기관에 고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풍물시장 자치위원회에 자율정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황학동 벼룩시장 때문에 풍물시장이 언론에 의해 미화된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이런 점과 청계천 복원공사, 생존권 등 여러 상황이 맞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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