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수정 '시립병원 설립', 선거에 중요한 변수

범시민추진위, 조례안 심의 무산에 대해 '총선 심판론' 제기

등록 2004.04.07 21:51수정 2004.04.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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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편집 오후 4월 9일 오후 6시

"시민의 힘으로 시립병원 설립하자. 주민 편의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심의를 무산시킨 정당의 후보들에게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

성남 수정 시민단체들이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심의 무산에 대한 '총선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서 시립병원 설립이 이 지역 총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을 강타했던 탄핵역풍이 잦아들면서, 시립병원 설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역에는 탄핵 심판론을 내세운 열린우리당 김태년 후보와 4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윤수 의원, 탤런트 출신인 한나라당 김을동 후보의 조직력도 만만치 않아 다자간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자 발표와 '2004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의 지지후보 발표에 이어, 오는 12일 성남총선시민연대의 최종낙선자 발표가 당락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건설일용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특성상 부동층과 바닥표 공략을 위한 후보들의 막판 뒷심과 투표율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남시립병원안 미묘한 입장차

4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성남시립병원 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 달 25일 시립병원의 설립을 바라는 다수의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시의회가 날치기로 본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무효"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의 잇따른 폐업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이곳 주민들은 공공병원 건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둔 각 후보들의 선거캠프에서는 한결같이 시립병원 설립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고 바닥민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의 총선용 공약을 바라보는 민심은 그리 곱지 않다. 이들이 내건 공약에는 시립병원 설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25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주민발의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심의가 연기되자, 이에 항의한 의원은 41명 가운데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2명뿐이었다.

이처럼 이 지역주민들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남시립병원 설립에 대해 각 당 후보들은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병원 설립 추진 의지에 있어서는 후보들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김을동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이 병원의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곤혹스럽지만 시민의 복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제정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어렵다. 시의회 의원들은 '설립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시립병원은 경제성이 없다.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시립병원 설립에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이윤수 후보는 "약 89%에 달하는 성남시의 높은 재정자립도(2004년 3월 현재)를 활용하면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 확보와 최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도 저렴한 비용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순수하게 추진되던 시립병원 설립 운동이 선거철에 들어오고부터 특정 정당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민주노동당을 겨냥했다.

열린우리당 김태년 후보측은 "이 지역정책과 관련한 최대 현안문제는 재개발문제다. 성남의 옛시가지가 파행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체계 구축 등 이에 대한 총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시립병원 설립은 지역의 의료공백과 관련하여 현안문제로 보고 있으며, 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조례 제정에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는 "수정·중원지역 의료공백 해소와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도 시립병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 과제"라고 강조하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 것인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직접 나서 공론화하고 여론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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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발의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심의 무산

"주민의 힘으로 시립병원 반드시 설립하겠다"
[인터뷰]민주노동당 성남 수정 김미희 후보

ⓒ서상일
- 주민발의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제정이 지난달 의회에서 무산됐다. 성남시의 최대 현안인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중앙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뤄주길 바란다. 정부도 공공의료 30% 확대 약속이 진심이라면 국민을 상대로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적자운영에 비효율적이고 낙후하다는 주장은 옛말이다. 정부에서 공공병원을 30%로 늘리려는 근본 취지는 현대식 시설과 고급 의료진을 갖춰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저렴한 의료비로 저소득층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언론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대다수 성남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공공의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시장과 시당국자, 시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공공의료의 참의미와 현실에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시민들의 요구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토론회 개최와 언론을 통해 공론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시립병원 설립에는 다른 당 후보들도 하나같이 찬성하는 입장인데...
"지난해 인하병원이 폐업했을 때부터 실천으로 시민과 함께 해왔다. 시립병원 건립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정당은 민주노동당뿐이다.

시립병원 설립은 단순한 정책이나 공약으로 제시한 의미보다는 성남시민의 생명권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55만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에 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과 서민들에게 시립병원 설립은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을 이용했던 노약자들은 분당이나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분당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리고 병원비도 아주 비싼 편이다."

- 마지막으로 지역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을 대변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참을 수가 없다. 특히나 수정구에서 후보간 차별이 너무나 뚜렷한데도 그것이 가려지고 어떤 바람에 의해서 일시적인 착각에 의해서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승리하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 심의 무산을 온몸으로 막아내고자 했던 사람은 41명의 시의원 가운데 오로지 민주노동당 여성후보 두 사람 밖에 없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줄 것으로 믿는다. 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 / 석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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