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패러디 작품
'촛불을 부탁해'신상민
아마도 선관위는 미국이 무브온 닷컴 사이트(http://www.moveon.com)를 선거법 위반으로 제재하지 않는 것을 기이하게 생각할 것이다. 무브온 닷컴은 부시를 공격하는 각종 영상물을 보내온 네티즌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 단체에 대해 미 정계가, 부시가, 미 행정부가 어떤 제재를 가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선거법 위반이 인터넷상에서 16대에 비해 10배 많다는 통계도 그렇다. 통계 뒤에 숨은 의도는 지금 인터넷에 불법이 횡행하고 있는 데 이를 단속하고 규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관위의 권한과 인력, 예산이 늘어야 한다, 이런 거 아닐까?
2000년 총선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가 얼마였을까?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500만명인 시절이다. 후보들은 거의 홈페이지가 없었고, 이메일조차 사용하지 않는 후보가 태반이었다. 총선연대 3달간 누적 방문자수가 90만이었던 시절이다.
포털사이트 하루 방문자가 몇 백만이 넘는 지금과 비교한다고? 그때 보다 10배 많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선관위는 여전히 선거가 '단속과 규제'를 중심으로 한 70년대, 80년대의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 '관리'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선거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인터넷이라는 환경을 맞아 변화하고 있고,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 일방적 세뇌와 선동으로만 듣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욕설과 비방이 상대 후보의 표를 깎아먹을 것 같은가?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오히려 경쟁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을 기억해 보라. 근거 없는 허위사실의 경우 선거시기가 아니더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16대 선거까지의 불법부정행위는 돈과 힘으로 권력에 다가갔던 시절의 선거와 관련되어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상에서는 풍문과 정보가 혼재되어 돌아다니고 비방과 욕설이 돌아다닌다.
언어를 법으로 규제할 방법은 없으므로,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되도록 정보를 가공하고 생산해야 할 일이다. 후보자 스스로, 정당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도록 돕고 정보의 가치와 순도가 구별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관리'를 해주어야 할 선관위가 칼을 들고 다니며 '삭제! 삭제!'하고 다닌다. 그럴수록 왜곡이 증폭된 정보들에 대한 궁금증은 커진다. 단속과 규제로 모든 걸 '관리'할 수는 없다. 그러러면 더 많은 인원과 권한이 필요해질 뿐이다.
투표에 참여하자는 캠페인조차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래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자유롭게 정견을 말하고 주장하게 하라. 패러디는 패러디라는 문화생산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선관위라면 7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 2000년대 선관위에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독재 시절에는 선관위의 그같은 견해는 추상 같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수록 선관위가 초라해지고 그 권위를 잃게 된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 제 위상을 가지려면 선거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선거에 관한 정보를 생산하고 가공하고 건강하게 유통시키는 서비스를 통해 정치권과 국민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선관위는 인터넷이라는 환경 변화를 맞아 새로운 선거관리의 모범을 창출해 달라. 과거에서 헤매면서 국민들 고생시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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