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9

시작된 정의구현 (7)

등록 2004.04.09 08:07수정 2004.04.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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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혜광선사는 아직은 열반할 때가 아니며 좀더 정진해야한다면서 소림사 달마동에 들어가 지금껏 면벽(面壁) 중이다.

어쨌거나 생불(生佛)이라 불리며 만민의 추앙을 받던 혜광선사가 권하였기에 사람들은 성니번을 보면 허리 숙여 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강호행이 흔치 않던 보타신니에게는 신분을 나타내는 두 가지 신물이 있다. 하나는 상고시대 때 살던 교룡(蛟龍)의 껍질로 싸여있는 보타신검이고 나머지가 성니번이다.

그 두 가지 신물 모두가 나타났기에 주청에 있던 주객들이 놀라 일어선 것이다. 놀란 사람들 가운데에는 여옥혜도 있었다.

한참 천애화와 이야기하던 그녀는 한 걸음에 다가가 사부를 맞는 예를 취하였다. 비록 무림천자성에서 파문되기는 하였지만 사제지간마저 갈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타신니는 천애화와 여옥혜의 도움을 원하는 듯하였다. 이에 둘은 기꺼이 조력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와룡곡으로 향했던 것이고, 마침 곤란한 지경에 처했던 자하두와 그 일행을 구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와와와와! 어서 놈들을 쫓아라. 와와와!”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체포하라. 와와와!”

기세 오른 예비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중인들의 뒤를 쫓았다.


밤새 유지되었던 백중세가 깨지고 이렇듯 일방적으로 변한 것은 여명이 밝았기 때문이다.

피아(彼我)를 구분할 수 없는 어둠에서는 자칫 동료를 공격할 우려가 있기에 마음놓고 공격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날이 밝아 모든 것이 환히 보이자 그때까지 수세에 몰린 듯하던 예비대원들이 일제히 강력한 공세를 퍼부었다.

여옥혜나 천애화, 그리고 보타신니와 그 일행은 여유가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라 때문에 연수합격식을 펼칠 수 없었기에 유라의 일월도법도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자하두를 비롯한 청타족 용사들이 제아무리 용맹하다 하더라도 적수공권으로는 무적도를 상대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정의문도들의 수효 역시 많았지만 예비대원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워낙 무공 수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

우려했던 심각한 상황이 되자 여옥혜 등과 전음을 주고받으며 전세를 살피던 보타신니가 사자후(獅子吼)를 터뜨려 퇴각 명령을 내리자 군웅들은 썰물처럼 와룡곡을 빠져나갔다. 미리 약속된 것이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한 마디로 일사불란(一絲不亂)이었다.

와룡곡으로 향하기 전 보타신니 일행은 한 무리의 서역인들이 먼저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주객들의 말에 의하면 무림천자성 사람들은 아니며, 병장기를 손질하였다 하니 결코 좋은 일로 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니 모조리 생포 당하였거나 대치 중일 것이다. 하여 출발 전 보타신니와 여옥혜는 한참동안 밀담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한 가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렇기에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신속하게 퇴각을 한 것이다.

일제히 후퇴하는 군응들은 본 예비대원들은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패퇴(敗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사기충천하였다. 하여 그야말로 물밀듯한 기세로 추격을 시작하였다.

군웅들은 좁은 통로인 항룡협을 빠져나가면서 허겁지겁 좌우에 있던 바위들을 굴려 통로를 막으려 하였다.

누가 봐도 본능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다.

이런 모습을 본 예비대원들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얽히고 설킨 바위들을 훌쩍 훌쩍 뛰어 넘었다. 그런 그들의 입가에는 비릿한 조소가 번져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자신들을 한낱 바위로 막으려했다는 것이 심히 가소롭다는 뜻이었다.

기세가 오른 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추격을 거듭하였다. 그들의 뒤에는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초지악이 따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도 비릿한 조소가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대원들의 그것과는 약간 달랐다. 항룡협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널찍한 평지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자신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모두 내려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도주한다 하더라도 예비대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계단을 이용하여 하체의 근력을 키웠기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예비대원들을 따를 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흐흐흐! 가소로운 것들! 무엇들 하느냐? 어서 추격하라!”
“존명!”
“와와와!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와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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