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는 정치, 이제 그만 청산했으면"

<현장 스케치>호남 원광대학교서 한 부재자 투표 첫 날

등록 2004.04.09 13:53수정 2004.04.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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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숙
9일, 4월의 화창한 봄날 호남지역에서는 최초로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에 부재자 투표소가 마련됐다.

이날 투표소는 문을 열기도 전에 서너명의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부재자 투표는 30분만에 78명이 투표했고, 원광대는 2094명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외에도 인근 주민들과 의경, 공무원들의 모습도 보여 사실상 선거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이날 투표현장에서 만난 60대 이상 노인들의 의견은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파주가 고향인 송이섭(65)씨는 “지난 대선 때에는 고향에 갈 일이 있어 고향에서 투표했는데, 올해는 타 지역에서 투표하게 됐다”며 “후보들의 공적이나 인물도 중요하지만 우선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심성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한다”고 내비쳤다.

또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과 관련해 “우리 노인들이 생각할 때 가볍게 흘러 들으면 노인은 투표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이 선거를 하도 안 하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선거하라는 얘기 같다”며 “사단법인에서 나온 회장들이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라고 한다며 몰아붙이는데, 그것은 일부이지 우리 노인네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날 가장 먼저 투표를 한 표의명(64)씨는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서 “그런 막말이 어딨냐”며 정색을 표하기도 했다.

익산시 경찰서소속 의경 100여명은 두 팀으로 나눠 공설운동장과 원광대를 방문해 투표를 실시, 대학생들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전주에 산다는 의경인 강동민(23)씨는 “지금까지 투표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했고, 의경들이 이렇게 단체로 투표해 좋다”며 “부정부패가 없고, 경제 분야에서 성실히 일할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 선거권을 받아 투표하게 된 부안에서 온 이정아(원광대 음악과 3)씨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정당은 결정했지만 투표를 한 순간까지도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후보자들이 핵 폐기장 유치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원에서 온 정승호(원광대 기계과·4)씨는 “졸업반이라 실업률과 직장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신선하고 개혁적인 정치신인이 국회로 진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당과 후보는 같은 당을 선호하지 않은 정승호씨는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후보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언론의 편파보도에 대해서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눈물로 호소하며 보이기식으로 국민들의 감정을 유도하는 모습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냐”며 “뒷북치는 정치는 이제 그만 청산하고 할 때 제대로 잘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투표 30분 만에 익산시 선관위에서 발송한 투표 안내문 안에는 투표용지가 없어 한때 선관위와 시민 간에 실랑이를 벌었다. 또한, 부재자 투표자에게 발송된 부재자 투표용기에 투표일시와 투표 진행순서만 안내되어 있고, 구체적인 장소와 선관위 전화번호가 게재되어 있지 않아 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는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17대 총선 부재자 투표는 익산지역의 경우 9일에는 오후 4시까지는 원광대와 공설운동장에서 실시되고 공설운동장은 10일까지 투표가 가능하다.

이번 총선에서 전라북도 부재자 투표자수는 총 4만2583명으로 전체 유권자 141만9430명의 3%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인 4만807명보다 1776명이 증가한 숫자이기도 하다.

모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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