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래 부산시지부장이 9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오마이TV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현재 위기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첫째 원인으로는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지지층의 재결집이 꼽힌다.
김형길 보좌관은 "결정적이고 최고 영향력이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노풍'"이라며 "실제 아침 출근 시간대 유세를 나가면 '연세 있는 사람들은 투표하지 말라며'라는 핀잔을 매일 같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윤원호 부산시지부 공동선대위원장도 "한나라당 지지층들이 대선 자금 수사 등으로 아무 소리도 못하다가 이번 발언을 빌미 삼아 나서게 된 것"이라며 "한마디로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준 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 의장 발언 뒤의 '안이한 대응'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매우 지배적이다. 조성래 시지부장은 "영남 지역의 경우 정 의장 발언이 서서히 효과를 가져왔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며 "초기 판단의 잘못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을 그만뒀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길 보좌관도 "정 의장이 발언 뒤 부산을 방문한 것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지적하며 "부산을 찾았으면 최소한 선대위원장 자리는 내놓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어설프게 '탄핵'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려 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그 동안 숨죽여 있던 한나라당 조직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지역적으로 색깔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9일 해운대기장을 지역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빨갱이'로 비난하는 유인물 수 십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분위기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표정관리에 들어간듯하다.
전종민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정책실장은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에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지고 있다는 심정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박근혜 대표 부산 방문...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 '중점 유세'
이같은 위기 상황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일단 정면돌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 발언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약진 현상을 '신지역주의'로 규정, 시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지부는 총선을 3일 앞둔 12일 오전 11시55분부터 각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서면에서 '대통령 탄핵 의회쿠데타 1달' 행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다시 부산을 방문, '박풍(朴風)' 재점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당의 이벤트가 각각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현재까지 열린우리당 우세지역으로 알려진 영도와 사하을 지역구를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어서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앙당 관계자 "부산 위기 수도권으로 번져"
한편 열린우리당 중앙당의 한 핵심 선거대책 담당자는 9일 오후 "부산경남 전체와 수도권 일부는 정말 심각하다"면서 "매일 의석이 서너개씩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핵심 선거대책 담당자는 "최근 3~4일동안 급격하게 좋지 않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여러 단위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남 일부에서는 정동영 선대위장의 거취도 다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노풍이 일정하게 있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바람을 탄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는 9일밤 "열린우리당의 위기 의식은 이제 결코 엄살이 아니다"면서 "전체적인 판세가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