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한계령 넘은 정동영, '노풍' 넘기 힘드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9일 강원도 지원유세 나서

등록 2004.04.10 14:25수정 2004.04.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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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9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해시 천곡동 중심로를 찾아 우리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9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해시 천곡동 중심로를 찾아 우리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김경목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9일 김성호 의원과 '노란 당사'(유세버스)를 타고 강원도 강릉, 동해 선거구 등 5개 전략지역(춘천, 인제, 양양)을 잇달아 방문해, '박근혜 바람'으로 흔들린 지역구 후보들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유세지원에 나선 정 의장은 가는 곳마다 한나라당의 '지역주의 정치'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전국정당'의 꿈을 강조했다.

9일 오후 5시 50분께 동해시 천곡동에 도착한 정 의장은 "지역주의로 썩은 여의도 정치를 동해의 맑은 물로 갈아야 한다"면서 "군 단위까지 뻗친 지역주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우리당은 지역기반이 없다. 33년을 기다려 온 전국통합정당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장은 또 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되면 ▲불법자금 국고환수 ▲국민소환제 ▲미래위원회 설치로 교육정책 보강 등의 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 40분께 강릉시 중앙시장을 방문한 정 의장은 연단에 올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운을 떼며, "대통령은 오늘도 책만 보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청와대로 돌아오게끔, 돌아오는 4월 15일에 탄핵 가결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반드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장은 또 "(야당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당이 과반수 되면 싸우지 않는 정치로,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선진정치를 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의장은 "이는(과반수의석 확보로 원내 1당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즉시 업무복귀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동영 의장은 강원도 유세 장정에 오르기 전 오전 9시께 우리당 강원도당(춘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창-무주, 겨울올림픽 유치 공정 경쟁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조기 착공 ▲청정산업 개발 등의 10대 공약과 입장을 밝혔다.


a 9일 양양을 찾은 정동영 우리당 의장은 장날을 맞아 나온 유권자들에게 '노풍'발언 진위에 대해 해명했다.

9일 양양을 찾은 정동영 우리당 의장은 장날을 맞아 나온 유권자들에게 '노풍'발언 진위에 대해 해명했다. ⓒ 김경목


노풍(老風) 사그라지고, 우리당 지지율 변동 없나?

인제 유세를 마친 정동영 의장은 한계령을 넘어 오후 3시 10분께 양양군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2시간 가량 늦은 정 의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노풍(老風) 발언' 해명에 진땀을 뺐다. 장날을 맞아 나온 노인 분들을 의식해서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반성합니다."

"선거운동 시작해서 지금까지 큰절하고 다녔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정 의장은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투표율이 저조한 20대는 꼭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세장 분위기는 냉담했다. 게다가 동정론에 정 의장의 사과를 받아들인 노심(老心)조차 우리당 표심임을 확신하지 못했다.

정 의장의 연설을 가장 가까이서 경청하던 박송숙(86)씨는 "늙은이들 죽은 것처럼 대하는데 사과 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정 의장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퉁명스레 반응했다.

a 정동영 우리당 의장의 '노풍'발언 해명을 듣고 있는 박송숙(86)씨는 정 의장의 사과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동영 우리당 의장의 '노풍'발언 해명을 듣고 있는 박송숙(86)씨는 정 의장의 사과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경목

반면 만물공구 노점상인 윤조원(76)씨는 "지나치게 말한 것 같아 섭섭했지만, 사람이 암만 똑똑해도 실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 의장의 실언을 두둔했다. 그러나 윤씨는 어느 당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구름 걷어냈나?

윤씨처럼 '노풍'에 흔들리지 않는 노심과 '탄핵풍'으로 우리당을 지지했던 다수의 유권자가 점차 부동층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선거가 종반전으로 들어서면서 정당론보다는 지역개발을 의식한 인물론에 비중을 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한 차례 휩쓸고 간 박근혜 바람의 '거여 견제론'이 표심을 파고들면서 어느 지역보다 보수층이 두터운 이 지역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군 단위로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메가톤급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이상,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접전 지역은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서지역 방문을 앞둔 박근혜 대표가 이 지역서도 강력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판세는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당 후보들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인지도도 넘어야 할 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정동영 의장도 예외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세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정동영 의장을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으로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노인 분들과 젊은이들조차 우리당의 대표를 알지 못했다.

반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가 대다수 노년층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동영 우리당 의장과 대조적인 현상을 보였다.

한편 이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방문한 강릉, 동해 등 5개 유세장에 나온 유권자는 약 1900여명, 지난 5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지원에 나선 속초, 삼척 등 4개 유세장에는 약 4000여명의 유권자가 유세장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당은 강원도 8개 선거구 중 4곳을 경합지역으로, 1곳은 열세, 나머지 3곳은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때 이른 여름이 찾아온 이날 정 의장은 가는 곳마다 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호소했다. 그러나 가파른 한계령 고개를 힘들게 넘어온 만큼이나 우리당의 여정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주말 수도권 유세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총선 전 마지막 일요일인 11일 오전 8시에 긴급 선대위 회의를 열고 오전 8시30분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치에 '꽃'을 피워주세요"

▲ 희망의 꽃씨를 나눠주는 국민의 힘 김진성(34)회원이다.
ⓒ김경목
9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양양 유세를 펼치는 동안 한 편에선 꽃씨를 나눠주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 6명은 '국민의 힘' 회원과 일반시민으로 '젊은층의 투표 독려와 깨끗한 정치'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특이한 복장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끄는 이가 있었다. '국민의 힘' 김진성(34) 회원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투표참여 스티커를 붙인 양은냄비를 뒤집어쓴 채 꽃씨를 나눠주며, "투표권을 포기한 사람은 정치권을 욕할 자격도 없다"면서 "4월 15일은 국민이 꼭 심판하는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탄핵촛불집회부터 열성적으로 이 일을 해오다 얼마 전 다니던 회사에서 해직되고 말았다. 그가 너무 열성적이기 때문에서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면서 푸근한 미소를 짓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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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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