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판 치는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박철의 <느릿느릿 이야기>

등록 2004.04.10 16:20수정 2004.04.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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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슈퍼마켓에서 두부 2모를 샀다. 두부는 우리 집 식구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두부는 튀겨먹어도 좋고, 찌개에 넣어 먹어도 좋고 양념장을 해서 쪄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그러고 보면 아내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장보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품목이 두부이다.


그렇다고 지금 두부 예찬론을 펼 생각은 아니다. 그날 장을 보고 와서 깜박 두부를 운전대 옆에 두고 내렸는데, 꼬박 이틀이 지난 뒤였다. 갑자기 두부 생각이 난 것이다. 아내에게 두부의 행방을 묻자 아내는 “당신이 언제 두부를 사왔냐?”는 것이다. 황급히 뛰쳐나가 차문을 열어보니 운전대 기어박스 옆에 봉지 채 고스란히 놓여 있는 것이었다.

느릿느릿 박철
그걸 집어들고 들어와 아내와 나는 번갈아 가며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상한 냄새나 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색깔도 우유 빛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한쪽을 뜯어 우물우물 먹어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아이들 운동화를 빨아 차안에 반나절만 두어도 차안의 뜨거운 열기로 바싹 구운 생선처럼 되는데, 꼭 닫아둔 차안에서 만 이틀의 시간이 경과되었는데도 두부는 싱싱한 채 그대로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양을 첨가했기에 초여름 날씨에 꼬박 이틀 동안 차안에 갇혀 있었는데도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이름하여 두부사건(?)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양심과 도덕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케 한다.

GNP 1만달러를 구가하는 이 사회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짓도 망설이지 않는다. 또 그날 저녁 TV뉴스에서는 맨 가짜투성이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일류 백화점에서 묵은 쌀을 정제하여 경기미나 여주미로 속여 팔았다는 이야기, 젓소 고기를 버젓이 신토불이(身土不二) 한우로 팔다 들킨 이야기, 카센터나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파는 자동차 부품이 절반 이상은 가짜라는 이야기 등등…. 지금 우리는 온통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 가짜가 사회에만 있는가. 교회 안에도 회색분칠을 한 이들이 예수의 이름을 가장하여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부당한 권력에 빌붙어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고 그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더니, 권력의 맛을 보았는가? 이제는 '○○당' 이름으로 버젓이 행사하며 노골적으로 세몰이에 나섰다. 그들이 누구인가? 참으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나의 스승 예수께서 어느 날 ‘넓은 문과 좁은 문의 이야기’를 하셨다. 넓은 문, 넓은 길은 말 그대로 고속도로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 갈 수 있는 그 길을 찾는다. 가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좁은 문, 좁은 길은 좁다란 비포장 길 같은 길이다. 먼지도 나고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고, 걷기도 힘들고, 반드시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그래서 그 길을 찾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다.

또 예수는 ‘어리석은 사람이 지은 집과 지혜로운 사람이 지은 집’ 이야기를 하셨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맘몬(돈)이라는 모래 위에 고대광실(高臺廣室)을 지으려 꿈꾸며 살아간다. 맘몬과 바벨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다 허황된 짓이다.

한식이 지나자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못자리 준비로 분주한 계절이다. 새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계절, 우울한 이야기보다 따스하고 감칠맛 나는 순두부라도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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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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