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30

좌충우돌 백포교

등록 2004.04.13 17:42수정 2004.04.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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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일어난 백위길은 잠시동안 포도청에 등청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포교를 대했던 것 같다. 정중히 사과하고 다시 열심히 해볼까?'


'아니야! 내가 언제 포교 같은 것을 하고 싶었나. 얼떨결에 그렇게 된 것이지. 게다가 그런 꼴을 계속해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던 장사나 하는 게 속이 편하지.'

백위길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누워버렸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하기 싫으면 당당히 나가서 눈앞에 대고 크게 말하는 거야. 피하면 안되지. 안되고 말고."

백위길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방문을 나섰다. 그런 그의 눈앞에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문간에 앉아있는 포장 박춘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좀 늦었군."


백위길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박춘호에게 인사를 꾸뻑 올렸다. 어쩌면 자신이 방안에서 지껄여댄 소리를 박춘호가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 어서 가세나."


백위길은 막상 박춘호를 보니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박춘호의 뒤를 따르던 백위길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 간밤의 일을 얘기했다.

"박포교님, 지척에 있으면서 아침에는 제가 미리 문안이라도 가야 하는 건데 사실 어제 술을 잔뜩 마셔서 조금 늦었습니다."

"알고 있네. 그래서 내가 한번 자네 집에 와본 것이네. 그리고 아침에 문안 같은 건 올 필요 없네."

"......"

"......"

"박포교님 어제 술김에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 한양 거리에서 밤에 별감과 함께 다니는 중을 봤습니다."

갑자기 박춘호가 걸음을 우뚝 멈춘 채 깜짝 놀란 눈으로 백위길을 쳐다보았다.

"별감이라니? 그리고 중이라니?"

"저기...... 강별감이라고 아시는지?"

박춘호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헛기침을 하며 되물었다.

"자네가 나도 모르는 별감을 안단 말인가? 하여간 그래서?"

"하여간 술김에 헛것을 봤는지 어땠는지...... 뭐 그렇다는 겁니다."

별 것도 아닌 듯한 말에 박춘호의 반응이 크자 백위길은 놀라서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사대문 안에서는 중이 함부로 돌아다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아는가? 이 일이 알려진다면 포도청에서는 뭘 하고 다녔냐는 추궁이 따를 걸세. 양반들이 중 보기를 벌레 보듯 하는데 어련하겠나. 그러면서도 양반가(家)의 아낙네들은 사대문 밖으로 나가 불공을 드리는 이가 많으니 웃기는 일이지만."

"예......"

"자네가 할 일이 생겼구먼."

백위길로서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혹을 붙인 격이었다. 포도청의 오전일과가 끝난 후 간단한 참을 먹고 있는 백위길에게 박춘호와 김언로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자네 혼자서 내사하기에는 무리니 김포교와 함께 하게나."

백위길은 무슨 소리냐는 듯 짐짓 딴청을 피워보았다.

"이번 일이라니요?"

"거 이 사람! 간밤에 별감과 함께 다니는 중을 봤다고 하지 않았나! 동궁(東宮)전의 별감이 중과 함께 다녔다는 건 큰 일일세."

백위길은 괜스레 부담스러운 일을 맡기 싫어 애써 변명했다.

"하오나...... 술김에 겪은 일이라 잘 알지도 못하옵고......"

"강별감을 봤다고 하지 않았나!"

박춘호는 화를 벌컥 내며 김언로를 남겨둔 채 가버렸다. 백위길은 어안이 벙벙하여 김언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강별감이란 자가 동궁전 별감인 것은 어떻게 아셨단 말이오?"

"박포교가 달리 포장을 맡았겠는가? 우선 저쪽으로가 어찌 할 것인가 논의해 봄세."

백위길은 돌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김언로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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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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