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애정'을 듬뿍 담은 '딸기꽃'

내게로 다가온 꽃들(42)

등록 2004.04.14 09:52수정 2004.04.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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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딸기
검은딸기김민수
봄이면 이곳 저곳에서 피어나는 꽃 소식에 발걸음이 분주해집니다. 작년 이맘 때 걸던 그 길을 걸을 때면 올해도 작년에 피었던 그 꽃이 피었을까 궁금해져서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일년만에 조우하는 꽃도 있고, 그 꽃들 사이에서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작년에 보이던 꽃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만약 제철이 아니라 볼 수 없다면 서운하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훼손되어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마음이 아픕니다. 어떤 때는 뿌리째 뽑혀 나가기도 합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잠시 소유하다가 이내 그 존재를 없애 버리는 인간의 '소유욕'을 거부하려는 듯 가시를 지니고 있는 딸기. 그 중에서 오늘은 하얀 순백의 꽃을 피우는 검은딸기와 섬나무딸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민수
검은딸기는 꽃만 가지고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이파리까지 보아야 구분이 가는 꽃입니다. 이파리 가지고는 부족하고 그 숫자까지 세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식물도감을 보고 또 보았지만 구분이 쉽지 않고, 사람들의 조언을 얻어도 각기 대답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장딸기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거지딸기라고도 합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도감(<한국의 야생식물> 일진사)을 비교하고 또 비교해 본 결과 '검은딸기'라고 동정했습니다.

꽃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비슷한 꽃이 참 많습니다. 꽃을 알게 될수록 그 작은 차이에도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준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됩니다.

물론 꼭 이름을 알아야만 그 꽃이 주는 느낌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니 그냥 '이름 모를 꽃'이라고 하기보다는 그 이름을 불러준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김민수
딸기는 거의 빨간색입니다. 물론 복분자딸기처럼 검은 빛을 띠는 딸기도 있지만 딸기는 각기 다른 색의 꽃을 피우더라도 열매는 빨간색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줄기마다 잔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맛난 열매를 산짐승들이나 새, 사람들까지 즐겨 찾으니 자기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가시를 냈을 것입니다.

김민수
제가 좋아하는 꽃들은 이런 꽃입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그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도 잡초라고 천대당하는 꽃, 사람들과 벗하여 사는 꽃, 민들레 같이 생명력이 강한 다년초, 그리고 가시가 있는 꽃입니다. 물론 싫어하는 꽃은 없지만 저의 관심 밖의 꽃은 온실에서 자라는 꽃들과 원예종입니다. 그들은 제가 눈길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딸기의 꽃말은 '존중과 애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대할 때 딸기의 꽃말처럼만 대한다면 이 세상은 한결 아름다워질 것 같습니다.

섬나무딸기
섬나무딸기김민수
이제 꽃은 거의 흡사하지만 섬나무딸기로 동정된 것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딸기의 종류도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것 말고도 가시딸기, 거제딸기, 거지딸기, 검은딸기, 겨울딸기, 곰딸기, 노랑장딸기, 단풍딸기, 땃딸기, 멍석딸기, 바위딸기, 뱀딸기, 붉은가시딸기, 산딸기, 장딸기, 줄딸기, 흰땃딸기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노랑색이 예쁜 뱀딸기와 분홍색이 청아한 줄딸기는 여러분들에게 소개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김민수
모든 순간 다 예쁘기는 하지만 꽃은 막 피어날 때와 활짝 피기 직전의 모습이 가장 예쁜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아침 이슬까지 담고 있으면 금상첨화지요. 그 모습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피어날 미래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활짝 핀 꽃은 이제 곧 꽃이 질 것이라는 생각에 측은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꽃이 지면 열매가 열리고, 그것이 익어간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무언가 막 시작되는 시기에 있다는 것은 참 예쁘게 보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김민수
그간 백색의 꽃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딸기꽃은 크기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백색이 이렇게 짙을 수 있구나' '흰색이라고 다 같은 색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씹힐 듯 다가온다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흰옷을 즐겨 입는 민족, 그래서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이름까지 얻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속마음까지도 하얗게 살아가지만 반면 어떤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도 뒤흔들어 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것은 타인은 '존중'할 줄 모른다는 것이고,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으니 자신에 대한 '사랑(애정)'도 궁극적으로는 없는 것입니다.

김민수
자기를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자기 사랑이 변질되어 이기적인 사랑만이 만연합니다. '사랑 타령'은 많은데 '참사랑'은 부족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자기가 온 천하보다도 귀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더 나아가 자기뿐만 아니라 이웃도 자연도 모두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 때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존중과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김민수
마지막으로 딸기의 공통점은 씨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딸기는 엄밀하게 따지면 '채소'라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딸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씨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산딸기나 장딸기같은 것들도 하나를 먹어도 씨가 질겅질겅 씹힙니다. 이렇게 많은 '존중과 애정'의 씨앗들이 이 땅 여기저기에 뿌려지고 싹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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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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