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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 전이었다. 저녁을 먹고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하려던 순간, 갑자기 왼쪽 뒷골이 심하게 당기며 숨조차 쉴 수 없이 멍한 상황을 당한 적이 있었다. 한참 후에 정상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날의 그 순간은 나에게 있어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게 했다. 당시 나의 혈압은 정상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날 원인 모를 통증이 있고 난 후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서른 둘.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뇌졸증이니 심근경색이니 하는 낯선 단어들이 어쩌면 실제로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운동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부담이었고 더군다나 지속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다. 이리 저리 알아 보니 조깅만한 운동이 없다 하여 나도 조깅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싸구려 운동화를 하나 사서 이튿날부터 강변 조깅 코스로 무작정 나갔다. 내가 몰랐을 따름이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일단 뛰어 보았다. 아주 천천히 뛰었지만 이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름을 느꼈고 왼쪽 배도 심하게 아팠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어지럼증까지 느껴졌다.
그때 내 체력이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는 게 힘드니까 일단 걷고 보자. 그렇다. 무조건 걸었다. 만보계 하나 허리에 차고 하루 꼭 만보를 걷겠다는 무식한 계획을 세워두고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리라 다짐했다.
예상 외로 나는 그 다짐을 잘 지켜나갔다. 하루 한시간 반 이상을 무조건 걸었다. 몇 달을 성공적으로 걷다 보니 주위에 운동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분 관계가 쌓였다. 오며 가며 눈웃음 주고 받다가 조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인해 쉽게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들과 친해진 후 가만히 살펴 보니 조깅화며 유니폼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나도 그들 부류에 끼기 위해 다소 좀 비싼 듯했지만 그래도 더 좋은 조깅화와 유니폼을 장만했다. 그렇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면 운동하는 데 훨씬 더 흥이 난다. 그리고 운동하며 친해진 잘 달리는 분으로부터 비법도 전수받았다. 자세 교정과 힘 분배 등 기술을 조금씩 습득해 나갔다. 정말 독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마라톤 대회라는 곳에 나가게 되었다. 평소 열심히 뛰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고작 5km짜리 대회에 참가했지만 나에게는 첫 대회라 그런지 신경이 많이 쓰였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뛰어 나갔다. 나름대로 좀 실력이 붙었다고 생각하여 평소 운동하는 속력보다는 좀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흔히 말하는 오버 페이스. 5km는 고사하고 2km 남짓 뛰다가 그냥 걷고 말았다. 정말 힘이 들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이유는 조바심이었다. 아무런 사심 없이 가볍게 뛸 때는 5km도 문제 없이 뛰었지만 대회라는 특성, 기록을 단축하고자 하는 욕심,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욕심, 이러한 조바심으로 인해 단 2km만에 퍼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조깅을 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그렇다. 그저 건강을 유지하고자 시작했던 것이 뛰다 보니 재미가 붙고 실력이 늘어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다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 가고자 노력했다. 절대 시계를 보지 않고 아주 천천히 매일 정해진 거리 만큼만 조깅을 했다.
그리 길지 않은 5km가 만만해질 때쯤 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10km까지는 도달할 수가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나자 몸무게는 2~3kg밖에 빠지지 않았지만 몸은 몰라보게 가벼워진 듯했다. 머리도 맑아지고 묵직하던 뒷골의 통증은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거기에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으니 실력도 엄청 늘어났다. 다시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또 다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이번에는 10km. 오랜 훈련의 성과로 실로 만만했다. 그 다음 대회. 드디어 하프를 뛰었다.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무난히 결승점까지 통과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대회는 아니더라도 매일 10km 정도씩은 뛴다. 하루라도 몸에 땀을 내지 않으면 그날은 정말 무엇 하나 빠진 듯한 맥 없는 하루가 되어 버린다.
달리기에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된 듯하다. 체력도 몰라보게 좋아졌고 뱃살도 빠지고 몸에 탄력도 붙었다. 하지만 그 못지 않은 후유증도 생겼다. 너무 무리하게 달려서인지 무릎 통증과 허리 통증이 동반되었던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달리기는 중독성이 무척 강한 것 같다. 달리다 보니 자꾸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기록이란 게 누가 알아 주지는 않지만 같은 거리를 뛰어도 자꾸 줄어드는 시간을 보면 스스로 만족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역시 자기 몸에 맞게 적당히 운동을 해야 한다. 나 자신도 욕심을 버리려 많이 노력하지만 뛰다가 보면, 혹은 다른 사람 뛰는 걸 보고는 지지 않으려고 나도 모르게 보폭이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절제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운동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몸짱이 된다거나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지금의 건강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는것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건강짱'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2년간 잘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도 해 본다. 스스로 몸의 건강에 대해 별다른 투자 없이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건강에 관심 끊고 몸 혹사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자의 몸을 아끼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길 권한다.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오로지 규칙적으로 자기 몸을 움직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건강과 체력이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오랜 세월 살면서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이 봄, 자기몸에 대한 적절한 투자를 시작해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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