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호뿐 아니라 인권까지 보듬겠다”

[인터뷰] 청소년보호위 신임위원장 임선희 씨

등록 2004.04.14 16:10수정 2004.04.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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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김희수
“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바꾸고 싶습니다. 좁은 의미의 ‘보호’ 정책만 할 것이 아니라 예방, 대책, 복지까지 포함한 청소년의 기본권, 인권 수호에 앞장설 것입니다.”

그동안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비롯해 감시, 단속, 적발 등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여겨져 온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인권위원회’로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5일 임명된 임선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청소년 보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선천적 문제아 없어... 어른이 만든 유해환경 탓”

“문제 청소년은 없어요. 어른들이 환경을 나쁘게 만들어놓고 청소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거잖아요. 청소년 문제에 관해서는 아이들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가정 교육, 인간적인 학교, 도덕적인 사회가 전제돼야 합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청소년을 ‘보호’ ‘관리’ ‘지도’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율성을 지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는 데서 비롯됐다. 지난 20년 동안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그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믿고 출석도 부르지 않았다. 그래도 학생은 엇나가지 않았고 학기가 끝날 때는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며 인사를 해왔다.

자녀교육에서도 그의 교육철학은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이 수예부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남자가 여자일을 한다’는 식의 편견을 갖지 않았고, 자퇴하겠다고 했을 땐 손을 잡고 검정고시 학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아이는 검정고시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또 다른 인생을 배웠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믿고 맡길 때 자율성이 길러져요. 자기 스스로 ‘주체’라는 것을 실감할 때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생깁니다.”


대학 강단에 있는 동안 대안학교, 농촌 청소년 문제, 학교폭력 등을 연구하면서 소외된 지역의 청소년 권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도시 청소년은 비인간적인 교육열로 기본권이 유린되고 유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지방 청소년들은 교육권을 박탈당하고 소외되어 있다.

특히 역할모델이 없다보니 자신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판단한 그는 이들을 위한 인권문제, 복지에도 신경 쓰고 싶다고 밝혔다. 날로 늘어가는 사이버 공간의 유해환경도 그의 걱정거리.

산적된 현안 불구 활동폭 좁아 타부처 협조 절실

하지만 이처럼 산적해 있는 일을 처리하기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활동 영역이 좁은 편이어서 다른 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직접 ‘현실’을 접하고 보니 다른 부처와 생각의 차이가 있어요. 청소년 연령의 문제도 부처마다 18세, 19세, 25세 등 다 다르잖아요. 각 부처의 담당자, 구성원들의 열린 사고가 가장 필요합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와 결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임 위원장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사, 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 등으로 활약하는 등 여성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여학생들이 거침없이 자신의 능력과 권리를 주장하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아요. 그런 세상을 위해서 선배 여성은 사회진출, 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을 하면서 역할모델을 보여주고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는 휴직을 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로 오기 전, 충남대학교 내에 ‘여자 축구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여학생도 남학생 이상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청소년 교육 철학의 관점에서, 임선희 신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은 그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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