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지난 3월 29일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도올 김용옥 인터뷰 장면.권우성
다음은 이날 밤 도올과 추가로 나눈 전화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4월'을 보면 최근 정국에 대한 견해를 은유적으로 밝힌 듯한데.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한편에 손을 드는 게 아니다. 다만 철학자로서 사회정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현실을 보면 동학혁명 이래 굴려온 혁명의 수레바퀴가 단순한 말 실수 하나로 깎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 단순한 말 실수는 무엇을 말하는가.
"구체적으로 꼭 누구를 가리킨다기보다 말 실수가 정치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버린 듯해서 유감이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인데 마치 한 사람만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가령 김기춘 국회 소추위원이 대통령 탄핵을 해놓고 선거운동 때문에 변론을 미루자고 한 얘기는 매우 큰 문제다. 실수 정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저와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라고 한 말은 당찬 여자로 비치고 재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세일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해명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공정한 게임이 돼야 하는데..."
- 왜 그렇다고 보는가.
"거대신문이 이같은 문제를 취급하는 방식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의 말 실수에 대해 일방적으로 치우치는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골병들게 하는 형국이다. 어설픈 선거전략 속에 진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그려지는 이미지에 국민 마음이 동요한다든가, 사회정의를 향한 마음이 흔들리면 안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 최근 한 현직 판사가 지난 30일 <문화일보>로부터 게재를 거부당한 '민중의 함성이 헌법'이라는 칼럼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는데.
"법조계에서 그런 논쟁이 벌어질수록 좋다. 그러나 그 판사와 나는 근본적으로 입각점이 다르기 때문에 반박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법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 있다. 논란이 되려면 동일한 대상에 대한 입각점이 같아야 한다."
- 그 판사는 '선동적인 다중의 힘으로 실정법을 거스르는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폭력이거나 혁명'이라며 칼럼 내용을 반박했다.
"그 판사는 실정법 중 성문법 입장에서만 얘기하고 있다. 거기에 좁은 해석이 있다. 나는 불문법의 전통에서 법을 바라보는 것이고, 성문법도 자연법 전통의 관점에서 얘기한 것이다. 그러나 그 판사의 주장은 현역 법관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내용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직 법관답게 자기 논리에 입각해서 논리를 펴야지, '현학자의 독선'이나 '도올은 법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비방하거나 헐뜯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 법조문을 해석하는 사람답지 않은 표현은 법관의 체통을 훼손시키는 행위이다."
- 또 '실정법이 민중에 의해 언제든 거부될 수 있다는 주장인 듯해 법조인으로서 모욕당한 느낌'이라고 밝혔는데.
"법관이 오히려 법에 대해서 더 모를 수 있다. '악법도 법'이라는 논리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있고, 아닌 상황이 있다. 국민이 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법조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그것은 만약 누가 철학을 얘기한다고 해서, 철학자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니 '하지 말라'고 하는 바와 같다. 얼마나 웃긴 얘기인가. TV에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의료 및 건강상식을 얘기하면 그것도 (의사들의) 의료권 침해인가? 마찬가지로 법이라는 것도 법관이 독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미국 등 서구에서는 민중의 법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배심제도를 발전시켜온 것 아닌가."
- '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른 듯하다.
"나는 법은 존재의 세계가 아니라 생성의 세계라고 본다. 그 판사는 법에 대한 나의 입각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이번 탄핵정국을 계기로 국민들이 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헌법은 국민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도 죽었다'고 얘기하는 시대 아닌가. 니체는 19세기에 벌써 '신은 죽었다'고 말했는데 법학자들이 왜 '헌법은 죽었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가."
다음은 도올이 공개한 시 '4월'이다.
사월
(도올 김용옥)
뜨락 잔디사이로
제비꽃 살곳이 고개들고
개나리 노란빛
새벽안개 물들인다
기나긴 겨울추위
그토록 완고턴가
자목련 꽃망울
터짐이 두려울세라
아직도 추위에 입다물고
단풍새싹도 날개를 접었어라
봄처녀 그토록
시샘이 많으신가
화사한 연지곤지
피어날수록
에는 듯 냉가슴 깊어만 간다
봄이여 오소서
꽃버선 내팽기고
맨발로 달려오소서
봄이여 오소서
흰너울 창공에 벗어날리고
내품에 안기소서
사월 십이일 아침
무정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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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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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추위 꽃망울도 못 터지게 한다" '절필선언' 도올, 시로 심경 격정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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