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상토를 들추고 올라오는 것이 오이씨앗이고 오른쪽에 떡잎들이 난 것은 호박씨앗이다.전희식
오늘 밭에다 옮겨 심는 완두콩은 잎도 많고 가지도 몇 개씩 생겨나 있었는데 호박씨는 이제 떡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이와 수세미, 어름 등은 몇 구멍을 파 보았더니 막 움이 트는 것도 있고 여전히 씨앗이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자기에게 맞는 절기와 날씨를 종자마다 어떻게 알아채고 같이 심어도 이토록 각기 날을 달리해서 싹을 틔울까 놀랍다가도 그게 다 자연의 이치고 종자들의 특성이려니 싶어졌다.
작년에 직접 씨앗을 받아 잘 말려 보관했고 목초액을 희석하여 침종까지 해서 말린 다음에 심었기 때문에 발아율도 예년처럼 100프로가 되려니 하고 내가 성급하게 싹트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다 때가 있다는 것은 다른 농사에서도 겪었던 일이다. 작년에 들깨 모종을 세 차례에 걸쳐 했는데 늦게 심은 것도 꽃 피고 열매 맺는 시기는 일찍 심은 것과 같았다. 때가 되니까 심은 날은 달라도 같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이 경우에는 때라는 것이 날짜 수가 아니고 절기를 말하는 게 된다.
일이 한 때에 몰리지 않게 하려고 세 번에 나눠 들깨를 심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에게 때가 오는 걸 알아차리는 능력은 어떻게 생길까. 때를 놓치지 않는 능력은 또 어떻게 갖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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