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3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1)

등록 2004.04.19 10:36수정 2004.04.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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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네가 그분의 제자였다니…”
“소녀, 유라라고 하옵니다. 사모님께 인사드려요.”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리는 유라를 바라보는 보타신니의 봉목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아미타불! 이제 빈니는 속세 사람이 아니니 앞으로는 사모라 부르지 말거라.”
“예! 흐흐흑!”

대답을 하는 유라는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격동에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보타신니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보타신니는 불문에 귀의하기 전에는 유현선자 우문경이라 불리던 여인이다. 초인악의 정혼녀였던 것이다. 방금 전 유라가 사모라는 말을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침울한 표정으로 한없이 옥잠을 쓰다듬던 보타신니는 마음을 정한 듯 긴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휴우! 이제 이것은 본니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물건이다. 그러니 네게 돌려주마. 잘 간직해줄 것이라 믿겠다.”
“……!”
“아미타불! 오늘로서 속세와의 인연이 끊어지니 이제 본니는 보타암으로 돌아가 다시는 강호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여 잠시 침묵이 유지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쏜살처럼 다가왔다.

“유, 유라야! 사, 사라가… 사라가…”
“아버지, 사라가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어서 가자. 사라가 위험한 것 같다.”
“예에…? 지, 지금 어, 어디에 있어요?”

유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하두의 뒤를 따랐다. 동생이 부상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상을 입은 정도로만 알았다.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요양만 잘하면 되기에 선사의 원수를 먼저 갚으려 초지악의 뒤를 따라왔다.

그런데 부친의 표정으로 미루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생각하였기에 보타신니에게 간다는 말도 않고 쫓아간 것이다.

“아마타불, 사라라면 아까 그…? 흠! 한번 가 봐야겠군.”

보타신니의 신형은 마치 안개처럼 꺼져버렸다. 육지비행이나 초상비를 능가하는 초절정 신법이 시전된 것이다.


“아, 아니? 아, 아버님…! 아버님이 어떻게 여길…?”
“누구? 아니! 너, 너는…? 혜아가 아니더냐? 혜아야!”
“아버님! 흐흑! 아버님! 소녀 혜아예요. 흐흐흑!”

전사한 제자들의 극락왕생을 빌던 여옥혜는 눈에 익은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각진 얼굴에 위풍당당한 체격을 지닌 인물은 바로 사면호협 여광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지옥갱에 하옥되어 있을 부친을 구하기 위해 황산으로 향하던 중이 아니던가!

그곳에 도착하면 어떤 방법으로 잠입할 것인가 때문에 심히 고심하던 차였는데 뜻밖의 해후를 하자 그만 긴장이 탁 풀렸다.

“흐흐! 아버님을 찾아 황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여길…? 흐흑! 아버님이 그렇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흐흐흑!”
“오오! 혜아야, 그렇지 않아도 네 걱정을 하던 차였는데 너야말로 어떻게 여기에 왔느냐?”

“앗! 장주님이 아니십니까? 속하 왕구명, 장주님을 뵙습니다.”
“누구? 너, 너는 왕시위?”

“옛! 속하, 장주님의 명에 따라 아씨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오오! 고맙네, 고마워. 노부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혜아를 보살펴주어 정말 고맙네.”

“무슨 말씀을…! 속하,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헉! 아, 아버님 이마에 그건…?”
“음! 이건 지옥갱에 입갱할 때 새겨진 것이다.”

사면호협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가 있었다. 이마에 동여맸던 영웅건이 베어질 정도의 정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다행히 보타신니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도움의 손길을 뻗쳤기에 목숨을 건진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지옥갱 아래에 위치한 팔열지옥갱에 입갱할 당시 인두로 지진 육백칠십오라는 숫자가 드러난 것이다.

여옥혜는 부친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새겨질 때 얼마만한 고통이 있었는지 능히 짐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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