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순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 총선 실패 책임 사퇴

60일 이내에 산별 지도자 중심 비대위가 새 지도부 선출

등록 2004.04.19 14:04수정 2004.04.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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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권박효원
19일 이남순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가 4.15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3명의 부위원장과 사무총장도 함께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전면 교체될 예정이다.

애초 이남순 위원장은 "정당투표에서 2% 이상 득표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정부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위해서 새로운 변화와 리더쉽이 필요하다"며 "현장과 보다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사퇴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한국노총은 산별 대표자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원도 설득 못한 선거..."

한국노총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공지했지만,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회의가 길어지면서 오전 11시50분께가 되어서야 회견을 시작했다. 회의실 유리창 안으로는 50여명의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관계자들은 답답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웠고, 이남순 위원장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는 등 침통한 모습이었다.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녹색사민당을 창당하면서 원내진출을 노렸지만 결과는 의석수 0에 정당득표율 0.5%. 미디어 선거에서 군소정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고 탄핵심판이 주요 선거쟁점으로 부각됐다고는 하지만, 한국노총 지도부 역시 이 결과에 대해서는 "실망을 초월해 참패 수준"이라고 인정한다.

이남순 위원장은 "일반 유권자의 표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조합원 설득에도 실패했다"며 "독자적 창당이 오류는 아니었지만, 현장 독려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지도부는 현장과의 대화와 참여를 강조하면 민주적 운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도부가 '새 변화, 새 리더쉽'을 외치며 자진 사퇴함에 따라 비대위는 60일 이내에 새 지도부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한국노총은 되도록 60일 전에 선거를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산별 대표자 회의를 여는 등 지도부 선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 관계자들
19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 관계자들권박효원
한국노총은 춘투, 재창당 등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비대위가 선거뿐 아니라 기본적인 일상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총파업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며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 나설지는 차기 지도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녹색사민당은 2% 득표에 실패해 자동해산된다. 이미 한국노총 청산위가 청산절차에 들어간 상태.


민주노총과의 통합설에 대해서도 "일부의 이야기이고 이전에도 있었던 소리"라며 "지금 상황 때문에 갑자기 (통합 추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에 대해서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남순 위원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조흥은행 쟁의부장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노동운동의) 한길을 걸었다, 당분간 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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