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천'에 세운 호국대찰, 사천왕사

주마간산 경주 돌아보기 <7> - 사천왕사터

등록 2004.04.20 15:50수정 2004.04.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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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는 호국불교의 성격이 짙다. 삼국시대의 혼란했던 상황은 신라의 불교에 호국의 색채를 짙게 입혔다. 호국불교의 성격은 절의 창건이념에서 잘 드러난다. 왕과 귀족은 물론 백성들까지 한마음으로 이차돈의 순교 이후 신라의 국교가 된 불교에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

사천왕사터. 멀리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신문왕릉이다.
사천왕사터. 멀리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신문왕릉이다.우동윤
신성하게 여겼던 낭산(狼山)에 지은 사천왕사도 바로 신라인들의 호국의 염원을 담고 있는 절이다. 능지탑에서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울산 방향으로 채 1km를 못가면 왼쪽에 광산마을 입구가 보이고, 당간지주가 보인다. 이곳이 사천왕사터다.


신라는 나당연합군이 백제에 이어 고구려까지 친 이후 당의 침략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의 침략으로부터 신라를 보호하기 위해 명랑법사가 세운 절이 바로 사천왕사터다. 문무왕 19년이던 679년에 완성된 이 절의 영험 덕분이었는지, 신라는 당나라를 몰아내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게 된다.

머리 잘린 귀부
머리 잘린 귀부우동윤
지금은 목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과 금당 등 건물의 터만 남아 황량하기만 한 이 절은 당시 당나라의 위협에 맞서 싸우던 신라인들의 비장한 각오가 담긴 절이다. 금당터 앞에 정교하게 조각된 두 개의 거북상이 남아있지만 머리가 없어 황량함을 더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제시대 때 일본사람들이 이곳에 철로를 놓으면서 유적의 일부가 파괴됐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경주 유적발굴과 연구에 상당한 실적으로 올렸음으로 이곳이 중요한 유적지였음을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훼손해 놓은 것을 보면 어떤 의도가 있었을 거란 추측도 무리가 아닐 듯 하다.

사천왕사터 당간지주. 깃발을 매어 놓던 것이라 한다.
사천왕사터 당간지주. 깃발을 매어 놓던 것이라 한다.우동윤
사천왕사에는 선덕여왕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선덕여왕이 신하들에게 “나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도리천이라면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의 꼭대기다. 사천왕이 사는 곳 바로 위에 있는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 신하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니 선덕여왕이“낭산 아래가 바로 도리천”이라고 전한다.


그후 여왕이 죽은 지 31년 후에 그 자리에 사천왕사가 들어서니 여왕의 예견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사천왕사에서 가까운 곳에 선덕여왕릉이 있고, 신문왕릉도 있으니 모두 낭산이 품고 있는 곳이다.

구정리 방형묘
구정리 방형묘우동윤
이곳까지 온 김에 눈길을 끄는 유적 하나만 더 보고 가자. 사천왕사에서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울산으로 가다 보면 불국사 입구에 해당하는 구정리에 닿는다.


불국사의 명성이 얼마나 컸던지 이곳의 역이름도 불국역이고, 다방이름도 불국다방, 심지어 중학교도 불국중학교다. 구정리는 불국사의 명성에 가려 지나쳐 버린 구정리 방형분이 있다.

방형묘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방형묘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우동윤
신라시대 대부분의 무덤이 원형인 것과는 달리 이것은 9.5m의 정사각형에 높이 2m로 이루어진 사각형의 무덤이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언제 만들어진 누구의 무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면에 3개씩 조각된 정교한 12지 신상의 조각수법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형묘 둘레에 조각된 십이지신상
방형묘 둘레에 조각된 십이지신상우동윤
특히,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눈길을 끄는데, 이런 형태는 경주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 무덤의 구조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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