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4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2)

등록 2004.04.21 10:31수정 2004.04.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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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으하하하하! 하하하하!"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들이킨 철기린 구신혁은 너른 창공을 우러러보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소성주, 출관을 감축드리외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비보전주가 아니시오? 어찌 알고 이곳까지 오시었소?”

“후후! 비보전이 어떤 곳입니까? 연공관의 진동으로 미루어 오늘 출관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감축드리려 왔소이다.”

오각수 도날두의 말에 철기린은 흠칫하였다. 그것은 모처럼 들었던 통쾌한 기분을 깨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여우같은 놈! 본좌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고 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뜻인 모양인데,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보자. 내가 성주가 되는 즉시 네놈은 권좌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소성주의 밝은 안색과 훤앙해진 풍채로 미루어 이번 연공에서 얻은 것이 많은 모양이외다. 다시 한번 감축드리외다.”


“호오! 안색만 보고도 짐작해 내다니 도장로는 역시… 맞소이다. 이번 연공에서 무기력증도 고치고, 삼 갑자 내공도 얻었소이다. 하핫! 이 모든 것이 소화타 장일정의 덕이니 오늘은 그를 불러 치하하는 것이 최우선일 듯하오. 그러니 이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철기린은 사라졌다. 아침 햇살에 안개 사라지듯 그렇게 없어진 것이다. 초절정 경신공부가 아니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현상이다. 이것은 본 오각수는 안광을 빛냈다.


‘흐음! 정말 내공이 급증했군. 젠장, 이러면 안 되는데… 안 건드려도 스스로 쓰러질 것 같아 그냥 두었더니… 에잉! 그나저나 이 모든 게 소화타의 덕이라고? 으으음…!’

한동안 고심하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오각수의 신형 역시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고수이기는 하나 절정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천자성의 실세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귀계와 모략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방금 전의 모습은 그러한 소문을 일거에 불식시키고도 남을 모습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행한 이 행동이 없었다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오각수가 이 같은 고수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이날 소화타 장일정은 기린각으로 불려가 푸짐한 상을 받았다.

다음날 점심나절, 의성장의 너른 마당에는 비단과 피륙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지난 밤 오랜만에 황홀의 극치를 맛본 빙기선녀 사지약이 보낸 것이다.

이날 오후 무천의방의 방주 속명신수(續命神手) 담천우(曇天雨)는 제일호법인 무영혈편에게 사직을 고하였다.

명목은 은퇴하여 의서 편찬을 하는 한편, 후학을 양성하고자 함이라 하였으나 실상은 장일정이 실권을 쥔 후 비참하게 내쳐질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당하기 전에 먼저 나감으로서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던 무영혈편은 짐짓 만류하는 척하다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다음 날, 속명신수를 비롯한 내원 소속의원 이십여 명이 무림천자성에서 나갔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장일정에게 행한 해코지 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떠난 것이다.

이날 장일정은 무천의방의 방주로 승차되었다. 이제 명실상부한 무천의방의 실세가 된 것이다.

“방주님! 이 기쁜 날 어찌 안색이 편치 않으신지요?”

김이 모락모락 솟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은 여인은 좌승지(左承旨)가 된 유심선자(柔心仙子) 남궁혜(南宮慧)였다.

무천의방에는 방주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자리가 둘 있는데 우승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것을 맡고 있고, 좌승지는 행정이나 사무 등을 보필하는 자리이다.

부방주로 있는 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으면서 보필하였기에 눈짓만으로도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기에 그녀를 좌승지로 임명하였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의원이 어떤 사람들이던가!

안색만으로도 능히 앓고 있는 질병을 짐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소화타를 연모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일개 의녀인 그녀가 좌승지가 되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이다. 조만간 소화타의 첩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응? 아, 아무것도 아니오.”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장일정은 남궁혜의 물음에 흠칫거렸다.

“아무것도 아니긴요.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안색이 어두워요.”
“흐음! 그, 그렇소? 아무것도 아니오. 어라! 이건…, 새로 수확한 명전사봉용정(明前獅峰龍井)이 아니오? 이걸 어디서…?”

“호호! 역시…, 눈으로 보기만 하고도 아시는군요. 과연 무천의방의 방주이세요.”
“혜매! 이건 한 근에 백오십 냥이나 하는 귀물(貴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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