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경찰 역할 하겠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한 최순영 의원

등록 2004.04.21 11:39수정 2004.04.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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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온

모든 언론이 15일 이후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보이며, 연일 질문세례를 던지고 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표를 만나면 뭐라 말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최순영(52)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만나 국회 입성 포부를 들어봤다.

지난 20일 부천 지역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최순영 의원은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꿈을 실현한 것에 대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많지 않아 여기저기 인터뷰나 토론회 참석 등으로 연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최 의원을 잠깐 만나보았다.

"선거는 정치개혁 위한 좋은 축제"

부천에서 2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부천시의회 1, 2대 시의원을 역임한 최 의원은 “지지해준 유권자에게 감사드리고, 여러분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준 것은 이 땅의 정치 새 발전을 위한 중요한 표”라며 포문을 열었다.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사실이 좀 뜻밖(그간 출마를 고사해왔던 과거를 볼 때)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 않냐”는 물음에 “후배들의 운영에 맥(脈)을 이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서 결심하게 됐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두 차례 부천지역을 방문해 지역구 출마후보에 대한 유세활동을 벌였다. 어깨띠를 두르고 일일이 시민들에게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했던 최 의원은 정작 자신의 국회 입성을 위한 정당지지를 얘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을 위한 좋은 축제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이 후보자를 낸 것이기 때문에 지역 유세에서 찍어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최 의원은 오히려 선거운동기간 내내 노동현장을 돌며 노동교육에 더 치중하기도 했다.

이름 석자에 따라다니는 'YH'


이미 최순영이라는 이름 석자에는 ‘YH’가 언제나 따라다닐 정도로 우리에게 그녀는 오히려 ‘공순이’라는 단어로 친숙하다. 그녀는 YH무역회사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점거농성(1979) 주역으로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더욱이 이번 총선 정국에서는 ‘공순이’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편지글로 따가운 일침을 가하는 등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을 찍든, 찍지 않든 간에 ‘민주노동당’이라고만 하면 시민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어느 기자에게 전해 들었다”는 최 의원은 “단병호, 노회찬씨 등이 무슨 옷을 입을까? 국회에 입성할 때 어느 문으로 들어갈까? 강기갑 당선자는 과연 수염을 자를까? 등의 질문이 기자들 다수의 획일적인 물음”이라며 한바탕 웃었다(인터뷰 당시 옆 자리에 있던 황원희 부천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잠깐 자리에 앉아 강기갑 당선자에 대해 묻기도 했다).

또 자신에게는 "‘박근혜 대표를 만나면 뭐라고 말할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며 “단병호 당선자가 국회 첫날 작업복(점퍼)이 아닌 정장을 입으면 그게 더 뉴스거리가 될까봐 그냥 입던 옷을 입어야하지 않겠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공순이’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은 대답을 보였다.

“여성비정규직 문제다. 이는 이들이 가장 차별받고, 힘든 상황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활동(시의회 및 가정법률상담소)해 내게는 부천이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역 여성과 환경문제에 많은 열의를 기울일 생각이다.”

총선 2라운드, 보궐 선거에는 후보자 안 낸다(?)

부천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정당 지지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물음에 “상동지역 어느 동에서는 20%가 넘는 정당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얘기가 있다. 4년 후에는 희망이 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기자는 ‘총선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오는 6월 5일 시장보궐선거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계획이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아직까지는 후보자를 안 내기로 했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원미갑 선거구의 경우 추후 ‘변수’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 가능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4년 후가 희망적이라면 최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으니 “사람 일은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천에는 지구당위원장들이 잘 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당선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 아니겠나”라며 후배의 정치도전을 격려하는 선배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균형발전의 계기"

최 의원은 “이번 선거는 정책을 보고 지지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치의식에 변화가 온 것이다. 세대의 변화를 그래도 보여준 것이며, 자민련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유권자가 냉정히 정리해 줬다는 생각이다. 어느 나라도 진보정당이 빨리 성장하는 경우가 없었다. 특히 우리 나라는 분단이 특수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 Vs 보수’는 균형적 발전의 계기가 된다 ”민노당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이런 말을 남겼다.

“어느 청년한테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국회의 경찰이 돼 주십시오’라고 말하더라. 국회의, 국회의원의 감시자가 돼 달라는 얘기로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국회 안에서 쉬쉬 해오던 모든 국정의 정보는 국민을 위해 노출해야 하고, 폭로해야 한다. 그 역할을 민주노동당과 나 자신이 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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