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83%, "여성의 행복은 남성에게 달려 있지 않다"

남녀고등학생 양성평등의식 설문조사

등록 2004.04.22 15:25수정 2004.04.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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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6~18세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은 '남아 선호 사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인식했으며 남학생 3명 중 1명이 남녀차별이 일어나는 장소로 '학교'를 꼽았다. 여학생들은 10명 중 7명꼴로 '직장에서 남녀 차별이 심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수(18·과천고등학교 3학년)군은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인터넷 학습 강의 사이트인 '이투스' 등의 게시판을 통해 16~18세 남녀 고등학생 705명(여자 410명, 남자 29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양성평등의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김군은 "또래 친구들의 양성 평등 의식을 알고 싶어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여학생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설문 조사에 참여했으며 이성 교제, 육아와 직장 생활 병행에 관한 태도를 묻는 항목에서 남학생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여성의 행복은 남성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대해 여학생은 83.4%(342명)가 '아니다'라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은 52.9%(156명)가 '그렇다'고 답해 큰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여성은 항상 보호받으려 한다고 생각하나'란 항목에서도 여학생과 남학생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여학생의 83.4%(342명)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은 60.7%(17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성 교제시 남성이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대해 여학생들은 62.5%(257명), 남학생들은 50.5%(150명)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남성이 리드해야 한다'고 답한 여학생은 23.2%(95명) 였으나 남학생은 그 두배인 43.7%(129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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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해도 집안일은 여성이 우선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대해서는 여학생은 91%(373명)가, 남학생은 46.8%(138명)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성이 우선적으로 집안일을 해야 한다'에 찬성하는 남학생 비율은 49.8%(147명)나 됐다.

'육아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여성은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에 대해서 여학생들은 86.8%(356명)가 '아니다'라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들은 45.4%(134명)가 '그렇다'고 답해 남녀 의식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여학생 양성평등 목소리 높아"
[인터뷰] 인터넷 설문 김성수군

"예상보다 설문 조사에 응한 학생들이 많아 기뻤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여학생들의 양성 평등 의식 수준이 남학생보다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성수군은 현재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교과 공부하랴, 대입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김군이 이번 조사를 하게 된 것은 '또래 친구들의 양성 평등 의식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열심히 읽다 보니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성희롱, 성매매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갖고 있는 양성 평등 의식을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어 설문 조사를 기획했습니다."


장래 희망을 기자라고 밝힌 김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다. 그는 "오프라는 사생아로 태어난 흑인 여성이었지만 백인 사회의 높은 벽을 뛰어넘고 타임스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올랐다"면서 "역경을 이겨낸 여성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 우먼타임스 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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