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에 핀 앵두꽃, 그 꽃에 달릴 붉은 앵두 열매가 그립다.최성수
살구꽃에 다투어 목련이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뒤를 잇더니 목련이 짓물러 터지듯 툭툭 지는 날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수련회에 갔다 오니 교문 앞으로 벚꽃들이 터널을 이루며 피어 바람결에 꽃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교정에 꽃들이 지고, 온갖 나무들의 잎이 싱그럽게 피어납니다. 엊그제 마지막으로 자귀나무가 잎을 틔워 이제 봄은 여름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리소골은 이제 봄이 한참입니다. 지난 주에 터질 듯 부풀어 있던 앵두꽃이 피어나더니, 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고 들에는 조팝나무 흰 꽃이 별천지를 연출해 냅니다.
한 해에 봄을 두 번이나 만나는 것 같은 즐거움이 보리소골에 올 때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상추와 쑥갓 따위를 심고, 이미 쇠도록 돋아난 파 밭의 쑥을 캐내다가 바라본 산에는 낙엽송이 어린 아이 손바닥처럼 여리고 순하게 새순을 내밀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운 새 마당에는 작년에 심어 놓은 꽃잔디가 저 혼자 곱디고운 꽃을 피웠습니다. 사람도 없는 사이 저 혼자 꽃을 피운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꽃들은 사람이 없어 피어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또 새 계절이 문을 열고, 나는 그 계절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텃밭에 옥수수와 무, 배추 씨를 뿌립니다. 올 여름이면 하늘로 올라가듯 자라 토실토실한 옥수수통을 매달고 있을 씨앗을 희망처럼 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