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경
한가로운 신작로에서 봄이 하품을 하는 시골 마을에서는 산모롱이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진달래가 담배 모를 심고 못자리 흙을 담는다고 종종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오늘은 글밭이나 갈겠다고 앉아 있는데 옆집 김경희 여사가 또 산에 가자고 전화해왔다. 써야 할 원고가 있었지만 나는 김 여사의 산행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콩 농사만 짓는 무늬만 농사꾼인 우리와 이제는 연로해 농사일에서 은퇴한 김 여사는 산행의 파트너가 되어 사이좋게 숨은 고사리 찾기에 나섰다.
휘파람새가 나직하게 울고 우리의 기척에 꿩이 놀라서 푸드덕 날아오르는 산에 도착하자마자 김경희 여사와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김 여사와 나 사이는 모녀지간처럼 끈끈하지만 고사리 찾기에 나서면 달라진다. 서로 고사리를 더 많이 꺾기 위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사리밥이 많이 있는 곳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70평생을 시골에서 살며 해마다 고사리를 찾아다니며 내공이 쌓인 김 여사와 고사리는 음지 식물이며 포자로 번식하며 하는 등등의 교과서 지식으로 똘똘 뭉친 이제 시골살이 5년 차인 나의 숨은 고사리 찾기 게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해 고사리 잎이 무성했다가 겨우내 말라죽은 덤불 사이를 잘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먹을 쥔 아기 손 같은 고사리가 불쑥 솟아 있기 마련이었다. 벌써 여러 꾼들이 다녀간 듯 고사리가 있을 만한 곳에는 줄기가 꺾인 고사리 밑둥에 눈물 방울 같은 수액이 매달려 있었다.
“이것 좀 봐. 벌써 다 꺾어 갔네. 어쩐디야? 그러니께 새벽 이슬 있을 때 와야 하는디….”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등원시키랴, 밤 도깨비 체질 탓에 아침형 인간을 부러워만 해야 하는 내 처지를 알면서도 김 여사는 기어코 나를 향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