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아저씨의 글과 그림조미영
그리고, 두 달만에 돌아간 런던에서 예전에 보았던 거리예술가를 또 보게 되었다. 내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지만, 그냥 구경했다. 참여하는 관중이 다르고 이에 대한 반응이 다르니 이미 공연은 예전과 달라져 있는 셈이다.
거리의 화가들 역시 같은 장소에 다른 사람이 되었건 아니건 간에 매일매일 새로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거리를 배회하는 나는 새로운 볼거리에 정신을 뺏기며 여름 해가 길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예전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할 때면, 대학로로 자주 나갔다. 집과 연결되는 4호선이란 이점도 있었지만, 그 곳에 가면 뭔가 조금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마로니에 공원에서 작은 공연들을 볼 수도 있고, 공연을 홍보하는 이색 아이템도 볼 수 있다. 요 몇 년 전엔 “청춘예찬” 공연을 마친 박해일과 지하철을 기다리며 같은 줄에 서 있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이 마저도 뜸한 듯 하다. 늘어나는 식당과 술집으로 번화해진 대학로이지만, 정작 예술인들은 소극장 운영은 물론 극단 유지에도 숨을 헐떡이며 집값 싼 곳으로의 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치솟는 대학로의 물가와 대중들의 외면으로 인한 소외감을 더 이상 버텨 낼 수가 없다.
오늘도 거리 곳곳에선 유행가 볼륨을 높이 올리고 춤을 추는 도우미언니들에게 힐끔거리는 시선을 던지며 지나가는 이들만이 무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