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신변잡기는 더이상 안통해요"

그와 그녀의 심리토크, SBS <야심만만> 연출 최영인 PD

등록 2004.05.01 15:26수정 2004.05.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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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BS <야심만만> 녹화 현장

SBS <야심만만> 녹화 현장 ⓒ 이성현

“상대방을 사랑해서 이해하는 게 왜 어렵냐면… 이해를 영어로 하면 ' understand'잖아요. 'under' '아래'에서 'stand' '서서' 보아야 합니다. 절대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면 사랑은 깨지고 맙니다.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과 배려, 그리고 약속,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 글은 인터넷상에서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떠돌고 있는 '<야심만만> 명언'이라고 불리는 글 중 하나이다. SBS-TV의 <야심만만>은 항상 시청률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쇼 프로그램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이러한 인기의 요인은 무엇일까?

<야심만만>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최영인 프로듀서(PD)를 만나 들어보았다.

EBS와 SBS

a 녹화 전, <야심만만> 세트장에서 최영인 PD

녹화 전, <야심만만> 세트장에서 최영인 PD ⓒ 이성현

최영인 PD는 86학번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다닐 때부터 방송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기에는 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열띠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은 우울한 시기였다. 그러나 그녀는 어린이 방송 만큼은 관심이 컸고, 그것이 그녀를 자연스레 방송국으로 이끌게 되었다. 90년 교육방송(EBS) 공채로 입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꼬마 요리사>를 제작하며 어린이 방송에 정을 붙였다.

96년 서울방송(SBS)에서 연락이 왔고, 좀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 SBS의 부름에 선뜻 응했다. 이때만 해도 최영인 PD는 자신이 SBS에서 어린이 방송을 만들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상업방송을 표방하는 SBS에는 어린이 방송이 없다는 것을 방송국에 들어와서야 알았고, 자신의 무지의 소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고 광고가 잘 들어오지 않는 어린이 방송은 만들지 않는다는 상업방송의 '논리'를 이해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교양제작국에 있다가 예능국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더욱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제작비 차원에서)이 된다는 것을 알고 예능국으로 옮겼다. 그녀는 ‘다큐’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락과 교양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좋아하기에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예능국에서 <최고의 밥상>과 <진실게임>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진실게임>을 너무 오래했다고 느낄 즈음,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에 들어간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2002년 6월 28일 이후 “박수홍, 강호동의 만명에게 물었습니다 <야심만만>”이다.


All about <야심만만>

- <야심만만>은 누가 만들죠?
"저를 비롯, 조연출과 작가들, 그리고 게스트 분들, M.C.를 맡은 박수홍, 강호동, 이유진, 엠씨 몽이 만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설문조사이죠. 이 모든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가 <야심만만> 입니다."

- <야심만만>은 방송의 주요 타깃을 어디에 두고 하나요? (시청자와 주제)
"방송을 보면 아시겠지만, 20대에서 30대 후반에 두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많이 볼 겁니다. 저는 주 시청자 층위의 타깃을 명확히 잡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타깃이 정확하게 맞아서 흥미를 주면 타깃이 아니었던 50대도 봅니다. 기획은 방만할수록 힘들어 집니다.

더불어 저는 제가 재미있어 하는 프로를 합니다. 제가 재미있어해야 그 프로를 잘 알테니까요. 사실, 10대 프로는 자신도 없고 그리 내켜하지 않습니다. 물론 한 방송사의 조직원이니 하라면 하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야심만만'의 주제는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많지만, 가장 주력하고 있는 주제는 ‘사랑’이에요. 남녀의 연애 심리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 없죠."

"성실한 설문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힘"

- <야심만만>의 설문조사 방법은?
"제가 우리 프로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저희 설문조사는 작가들이 150개 정도 2주에 한번 문제를 뽑고 임원진이 동의하는 문제 10개를 뽑아서 CGV 같은 젊은이들 많은 곳에서 주관식으로 설문조사를 받습니다.

아무래도 주관식이기 때문에 성실한 답변이 필수가 됩니다. 저희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답안의 성실도를 확인하고 설문에 응해주시는 분들께 도서상품권을 드리죠. 어떤 과정보다 중요한 과정이라 공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이렇게 하면 한 문제당 객관식 답으로 50개 정도의 항목이 나오는데, 이것을 한 주제당 30개의 객관식으로 정리해 MSN메신저에 올립니다. 선착순으로 남녀 5000명이 응답하면 내립니다. 이 답안을 나이, 성별 등으로 나눠서 데이터를 받고 재미있는 것만 추려서 5~6문을 추립니다. 결국 처음 150문제에서는 5~6문 밖에 살리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방송은 그 중에서 게스트에 맞춰서 문제를 고르고, 그날 방송을 만듭니다. 시청자들이 우리 방송을 보면서 “어머, 나도 그래~”라는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설문조사는 필수적이고, 꽤나 성실하게 합니다. 성실한 설문이 우리 프로의 가장 큰 힘이죠."

- 혹시 설문에서 조작 같은 것은 없는지?
"절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방송하면 한두 회 정도는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장수하긴 힘듭니다. 그리고 시청자 공감대가 이끌어 져야 하는데, 공감대 형성도 힘들고요. 설문을 주관식으로 한 후에, 다시 객관식으로 만들어 만명에게 설문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입니다.

객관식으로 문항화 할 때도 주관식 설문에서 나온 답들을 살리려고 애를 씁니다. 뉘앙스나 표현 같은 것에 시청자들이 “맞아~맞아~”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죠. 설문을 최대한 살려서 정리하려는 것이 우리 프로를 만드는 회의의 전부입니다.

방송 역시 그런 식으로 진행합니다. 수홍씨나 호동씨는 자신이 맡은 질문의 답밖에 모르고 들어옵니다. 서로 대본도 다르고요. 게스트 분들한테는 몇 일전에 질문을 드리고 생각해오시라고 합니다. 1위부터 5위까지 순위의 유출은 절대 없고요, 게스트 분들도 모르고 맞추시는 거고요."

"연예인 신변잡기식는 더이상 안 통해"

-요즘 대부분의 토크쇼 형태를 띄는 프로들은 정통 토크쇼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야심만만>도 변형된 토크쇼의 한 종류고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a SBS <야심만만> 최영인 PD

SBS <야심만만> 최영인 PD ⓒ 이성현

"일단, 시청률 면에서 이야기하면 정통 토크쇼는 시청률이 안나옵니다. 토크쇼라는 것이 토크쇼 게스트의 사생활 이야기, 즉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을 듣는 것인데, 요즘은 인터넷도 발전하고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많고 그래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많이 노출된 편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이야기를 해서는 토크쇼에서 흥미롭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더 깊숙한 곳의 사생활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사생활 노출 정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방어벽이 더 세졌습니다. 결국, 토크쇼의 요소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변형되고 결합된 형태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예전 <서세원 쇼>같은 경우는 개인기 중심의 연예인 사생활 이야기를 들었다면 우리 <야심만만> 같은 경우는 설문조사를 통해, 그 순위를 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연예인들의 경험담이나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죠.

이제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이나 현실과 연관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그들만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끌어가는 힘이 없습니다. <야심만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아~그렇구나, 연예인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갑니다. 목적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단순한 그들만의 신변잡기가 아니라."

- <야심만만>만의 특별한 비밀이 있다면요?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게스트 섭외 시 웬만하면 센 사람을 섭외하려고 애씁니다. 특히 <야심만만>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약 75분 동안 이어지는 토크를 하기 때문에 방송시간 내내 얼굴을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지 않던 연예인들도 출연하려 하죠.

인기 있고 이슈 많은 사람이 출연하는 것도 좋지만, 출연자의 매치도 중요합니다. 같은 이미지의 사람이 나올 필요는 없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배치인데요, 토크에 굉장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서 김제동씨 옆에는 여자 연예인을 배치합니다. 여자 연예인들이 제동씨를 부담 없어 하고 또 편하게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도록 제동씨가 도와줍니다. 반면 이유진씨 옆에는 남자연예인을 앉도록 합니다. 그게 카메라 샷을 잡았을 때도 선남선녀로 예쁘게 나오거든요.

특히 우리 프로그램의 자리배치가 일렬이 아니라 원탁이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받아서 다음 이야기를 연결하고 하는, 마치 재미있는 수다떠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적어도 100회는 가야...나눌 이야기 아직 많이 남아"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계신지요?
"아직 크게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야심만만>이 아직 58회 정도 밖에 안 했기도 하지만, 전 좋은 프로그램을 오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 혹은 변화합니다. <야심만만>도 1회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적어도 100회는 가야죠. 100회 때의 모습도 다를 거니까요.

저는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원칙을 세우는데, 보기 쉬운 프로가 그것이죠.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오래 할수록 쉬워지는 프로, 재미있어지는 프로그램도 제 원칙 중 하나입니다. <야심만만>의 경우도 나눌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도 많고요."


최영인 프로듀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90년 EBS 입사 <꼬마 요리사>연출 .
96년 SBS 입사 <최고의 밥상><진실게임>연출
현재 SBS <야심만만-만 명에게 물었습니다>연출
아직도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만 명의 그, 그녀들의 사랑과 인생이야기가 <야심만만>이라는 창고 속에 그득하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떤 연예인들이, 어떤 식으로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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