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라크파병 철회 위해 촛불 들 때”

[현장]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3일 오후 범국민 청원운동 선포식

등록 2004.05.03 17:42수정 2004.05.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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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에 참여한 40여명의 이라크파병철회 범국민청원운동 대표단이 흰 국화를 들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에 참여한 40여명의 이라크파병철회 범국민청원운동 대표단이 흰 국화를 들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이정은

이라크 파병 철회를 주장해온 각계 시민단체 대표들이 파병 철회 범국민 청원운동을 선포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3일 오후 2시 서울 한국언론재단에서 '이라크파병철회 각계인사 1만 시국선언 및 범국민 청원운동 선포식'을 열고, 대통령과 여야정당대표 및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이라크 파병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인사말에서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대량 학살당하고 연합군의 야만스러운 점령군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국익과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아들들을 보내려 한다"면서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 의장은 "대통령도 현재 차원 높은 정국구상을 하고 있겠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파병을 중단하고, 파병된 우리 군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일"이라고 말하고, "파병이 아닌 이라크 재건을 위해 실질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크 포로학대는 정신병적 행위...이라크 파병 군인 후유증 심각할 것"

민주노동당 이영순 당선자 역시 "17대 총선 이후 우리는 새 정치를 펼칠 날이 왔다며 기뻐했으나, 국민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총선 후 선거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국민을 배신해온 파병 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 정당들의 정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17대 국회에 등원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문화연대 김정헌 상임공동대표는 "이라크 파병은 우리 군인이 부시와 미국의 용병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가 범죄행위에 가담하는 꼴"이라며,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미국 군인들의 학대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 부딪힌 정신병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김 대표는 "월남전 이후 우리 참전 군인들도 얼마나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았는가"라고 반문하고, "후유증 피해는 이라크에 파병되는 우리 군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파병으로 인한 군인들의 정신적 피해를 우려했다.

"반전 평화, 파병 철회 위해 촛불 들자"


국민행동은 오는 6일 오후 1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 명동성당 아래 우리은행 앞에서 파병철회 국민청원운동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국민적 청원서명운동을 추진한다.

또한 서희·제마부대 철수 및 추가파병철회결의안 채택을 위해 17대 당선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각 당에 파병철회의원그룹 간사를 두기 위해 오는 15일을 전후해 국민공청회를 열며, 17대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파병철회결의안 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게다가 오는 14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에는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파병 철회를 위한 촛불행사를 개최하며, 특히 6월 12일을 '이라크 파병철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범국민행동의 날'(가칭)로 지정해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기자회견 이후 통일연대 한상열 상임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민행동의 기자회견이 파병철회 선언에 그쳤다면, 오늘 선포식은 파병철회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하고, "효순이·미선이 추모, 탄핵반대를 위해 전 국민이 들었던 촛불을 이번에는 반전 평화, 파병 철회를 위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김순임 공동대표, 전국연합 오정렬 상임의장, PD연합회 이강택 회장, 여성단체연합 정현백 상임대표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4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장에 전시된 이라크 파병반대 전시물.
기자회견장에 전시된 이라크 파병반대 전시물.이정은


다음은 이날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이라크 파병반대 범국민 청원운동을 선포하며>

우리는 오늘 이라크 시민들이 느낄 절망과 탄식, 이유 있는 분노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불의의 비극에 더 이상 눈감을 수 없습니다.

이라크 침공은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지금 미·영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적 점령과 폭력, 그리고 학살에는 일말의 정당성도, 합리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일어난 모욕과 학대는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인권이나 민주적 권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그다드 교도소의 사례는 이라크 점령이 가져온 반인륜적 현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군이 팔루자에서 800여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사실상의 보복학살에 의해 사망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의 파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이라크 평화정착과 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점령군의 철수에서 시작됩니다.

미 점령당국은 이라크 땅을 떠나야 합니다. 미국이 이라크 평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미국은 잘못된 전쟁과 점령을 시인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간접선거로 뽑은 의회에 법률제정권 마저 제한하는 반민주적 방식으로 이라크 점령을 영구히 보장받으려는 헛된 시도는 국제사회의 냉소는 물론, 또 다른 저항과 분노의 표적이 될 뿐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라크에 온전한 주권이 실현되도록 일체의 외부 간섭 없이 이라크인의 자주적 선택을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파병철회의 결단을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됩니다.

'재원지원'은 허구입니다. 총을 든 군대가 이라크에 가는 한 '평화정착'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군대가 이라크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또 다른 침략전쟁을 치르러 가는 것임을 전세계가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핑계로 파병철회의 결단을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은 이라크인들의 환영을 받는 재건지원이었습니다.

거듭 촉구하건대 정부와 국회는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내세웠던 최소한의 전제와 약속마저도 이행하기 힘들게 되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재건지원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서희·제마부대도 즉각 철수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에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들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천명해야 합니다.

파병철회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선언합니다.

국민여러분!
불의를 정의로 가장하고 침략을 지원으로 포장할 수 없다는 영원한 진리를 이라크 사태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라크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가져올 이라크 파병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결정을 국민의 손으로 바로 잡읍시다.

파병철회를 위한 범국민 청원운동을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각 정당에 파병당론의 철회를 요구하고 새로이 소집된 17대 국회가 파병철회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범국민 청원운동을 각계각층 전국방방곡곡에서 전개합시다. 17대 국회 개원 즉시 새 국회 첫 안건으로 이라크 파병철회를 결의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시다.

파괴와 증오, 불의와 폭력의 악순환으로 나아가는 맹목적 파병의 걸음을 돌이켜 세워 평화, 정의, 생명의 길로 나아갑시다.

2004년 5월 3일
이라크 파병철회 시국선언 참가자 10571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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