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문제적 인물 임꺽정.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에 의해 그 삶이 소설화된 것은 물론 현존하는 최고의 원로시인 신경림의 시 '누구는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누구는 서림이처럼 헤헤거리는데...'라는 구절에도 등장하는 의로운 도적.
<명종대왕실록>에 등장하는 조선시대의 의적 임꺽정이 고우영의 만화로 부활했다. 이번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임꺽정(林巨正)>은 지난 1972년 일간스포츠에 연재돼 가판 신문 부수를 좌지우지하는 인기를 누렸던 초판본을 최근 6개월간의 재작업 끝에 만들어낸 책.
저자인 고우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당시 정권의 검열에 의해) 아예 없어진 것은 30여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주섬주섬 새로 그려 넣어야 했고, 찢어지고 뭉개진 장면은 옛날의 필치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장 예리한 펜촉을 써야 했다. 새 작품을 창작하는 것보다 힘들었다"는 말로 이번 작업에 들인 노력을 설명했다.
탐관오리의 학정과 봉건양반의 수탈 속에서 '모든 이가 평등하게 웃을 수 있는 해방된 세상'을 꿈꾸었던 꺽정이와 차돌이, 벅걸이와 껑달이의 몸부림은 <명종대왕실록>이 씌어진 지 4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신분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려 했던 올곧은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1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자인 고우영 특유의 굵고 개성적인 선과 매력적인 캐릭터 창출력은 만화 <임꺽정>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말은 잃었지만 그의 글맛은 여전하다
- 김승옥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