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 야산에서 야생차를 일구는 효천 스님.나의승
전라남도 함평에서 '차'를 만들고 있는 '효천'스님을 만났다. 대개 스님과 인사 나눌 때는 합장을 한다. 그렇지만 생략하고 덥석 잡은 스님의 손은, 굳은살 투성이에 잔뼈가 느껴진다.
"손을 사진 찍어도 될까요?"
"왜요?"
"스님 손이 예뻐서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것은 완전히 노동자의 손이었다. '수도하는 사람의 손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짧게나마 했던 순간이었다. 효천 스님의 손은 굳은살과 차를 덖느라 그랬는지 짙게 찻물이 배어 있었다. 또 지문은 상당 부분 마모되어 있었다. 자연인의 손을 보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
스님은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비탈의 야생 차밭에서 보자기를 앞치마처럼 두르고 찻잎을 따는 일에 전력을 다한다(전라남도 서해안의 함평, 산들은 가장 큰 산인 기산을 비롯해서 해발 300미터를 넘지 못한다).
늦은 오후, 집에 돌아오면 차잎들이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워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차를 볶는 솥에 불을 지피고 물로 닦아낸 다음에 차를 덖어 낸다. 그러고 나면 작은 오두막 마당에는 어느새 어둠이 가득하다. '도대체 식사는 언제하나?', '이렇게 고생스럽게 차를 만드는데, 사람들은 이 정성을 알기나 할까?' 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함평에서 차가 나오나?'라고 질문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함평에는 이미 '야생차 보존회'도 조직돼 있다. 효천 스님이 만드는 차는 '녹차', '황차', '떡차' 세 가지 종류이다.
"황차는 무엇입니까?"
"홍차, 청차, 황차 등의 차가 그렇듯, 차의 색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이 황차는 특히 '나비 황차'라고 이름하셨는데, 이유가 있다면?"
"언젠가 중국에서 차를 담아놓은 잔에 나비가 날아와 앉는 것을 본 일이 있어요.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 만든 차의 최고 경지겠다, 싶었지요. 게다가 마침 함평에 와보니 나비축제와 더불어 야생차들이 좋고, 해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스님이 만든 황차는 맛이 부드럽고, 착향을 하지 않아도 연한 과일향이 느껴졌다.
"정말로 나비가 날아와 앉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해 봐야지요" 하면서 웃기만 하는 효천 스님의 얼굴에서 '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같은 것이 묻어 났다.
언제나 4월∼5월이면, 남녘의 꽃들과 더불어 햇차 소식은 차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함평의 '나비 황차'는 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또 하나의 명차로 기록될 것만 같다.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고향 광주를 보랴 허고…"라고 시작되는 '호남가'로 유명한 전라도 함평. 이곳의 '나비축제'는 이미 유명하다. 이제는 '나비 황차'까지 가세해 그 고장의 유명세를 높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