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부르면 거리에 나가겠다
생활한복 입고 의정활동 펼칠 것"

[17대, 정치신인이 이끈다④] '농사꾼의원' 강기갑 민노당 당선자

등록 2004.05.07 16:42수정 2004.05.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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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당선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당선자.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직 농사꾼' 강기갑 민주노동당 당선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농민 대표'라고 정의했다. 올해 최대 농업현안인 쌀개방과 관련해서도 별 망설임없이 "농민이 부르면 당연히 집회에 나갈 것이다, (지난해 FTA집회처럼) 물대포 쏘면 피할 재간있냐"고 말했다.

강기갑 당선자는 "농업 보호육성에 대해 전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쪽으로 일하고 싶다"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농협개혁, 식량자급 목표치 법제화, 농가부채 이자 해결 등 다양한 법안구상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출신 의원과의 초당적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 당선자는 자신도 1억5000만원의 부채를 진 농민이다. 강 당선자는 지난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새끼를 사산한 소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전화로 대책을 지시하다 행진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내려갔다. 틈틈이 농사일을 하겠다는 강 당선자는 요즘 농사와 의정활동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강 당선자는 생활한복에 고무신, 긴 수염 등 개성있는 복장으로도 유명하다. 강 당선자는 "우리 옷이 활동도 자유롭고 바람도 술렁술렁 들어온다"며 현재 차림대로 의정활동을 펼칠 뜻을 밝혔다. 다음은 강기갑 당선자와의 인터뷰 전문.

"농사 크게 지을수록 부채 큰 현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총선 후 중앙당에서는 연일 당선자회의가 열린다. 강 당선자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는데 총선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주로 농민단체와의 간담회, 집회에 가고 강연을 하거나 지역 사람들을 만난다. 틈틈이 지역 내려가면 농사일 좀 하고. 서울과 지방 오르내리는 시간이 많이 드는데 주로 심야고속버스를 탄다. 자가용으로는 1톤 트럭이 있는데, 장거리는 갈 수 없다."

- 농사 규모는 어떻게 되나.
"젖소농사 한 100마리 정도, 과수농사가 단감 5000~6000평에 밤 만평인데, 밤은 제대로 관리 못해 방치 상태다. 집사람하고 일하는 친구가 하나 있고, 이번에 비례후보로 출마하면서부터 일을 거의 못하니까 장인 어르신께서 계속 농장을 관리하신다."


- 규모로는 부농인데 왜 그렇게 빚이 많은가.
"동산, 부동산, 젖소, 부채 계산해서 더하기 빼기해서 부채만 1억 5000만원이 된다. 규모가 크면 부채도 늘어난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서 정부가 농업 지원을 위해 42조를 마련했는데, 대규모 농사로 신청해야 우선지원하는 바람에 젊은 사람들이 농사규모를 늘렸다. 그때 IMF가 터지니까 사료값 기름값 올라가고, 수입개방은 더 많이 되고, 판매는 줄어들고 3중고를 겪었다. 이걸 회복해야 하는데 수입개방 압력이 들어왔다. 농업은 한 작물 무너지면 도미노로 다른 작물도 무너진다. 계획적인 작물을 선택해서 꾸준히 농사지을 수 없는 환경이 악순환되니 부채가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다."

- 가격보전이 안되고 수입개방 때문에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인데, 해결책이 아득하다.
"농업문제를 경제적 잣대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안보문제고 더 나아가서 국가 주권문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민들의 식량자급율이 60∼70%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휴대폰 장사 잘해도 모래 위의 성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농업은 환경을 살리는 중요한 사업이다. 담수능력이라던가 공기정화작용, 수질정화작용이 있다. 무절제한 수입개방은 조절해야 한다."


- 도시 사람들은 수입개방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내 밥상과 어떤 관련인지 실감 안 되어서 괴리가 있다.
"국민들이 좀 알아야 한다. 농업을 기업화하게 되면서 GMO 유전자조작식품까지 나오지 않았냐. 농사지을 흙 1g에는 미생물이 150억만 마리가 살아야하는데, 대량생산할 때 제초제를 뿌려 미생물이 다 죽어버린다. 수입 농산물은 고온다습한 태평양을 건너와야 하는데, 아예 수확 후 저장창고 들어갈 때 농약을 떨어뜨린다. 식량의 양적 위기도 문제지만 질적인 위기도 심각하다."

"농민이 부르면 원외로... 농촌의원 초당적 연대 필요"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의정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농민 대표로 나섰기 때문에 농업을 보호육성하자는 전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쪽으로 일하고 싶다. 농산물 유통이 어렵다. 다른 것(상품)은 저장성이 있는데 농산물은 제 시기 판매를 못하면 안된다. 농협중앙회가 이 문제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경제사업에서 손 떼고 비사업적 농정기능을 가져야 한다. 농업의 핵심이 가격보장이고, 가격보장 핵심에는 농협개혁이 있다.

17대 국회에 농업 입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민노당 공약으로 식량자급 목표치를 법제화하는 것이 있다. 또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농가부채 이자라도 해결해야 한다. 자연재해의 최대 피해부분이 농업인데, 재해보상법을 재개해야 한다."

- 올해 원외에서 가장 큰 안이 쌀 수입개방이다. 앞으로 원내에서 있기 때문에 원외 집회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지난해 FTA 집회처럼 물대포 쏘면 맞을 건가.
"전농이 전국 찬반투표했는데 90% 이상이 반대로 나왔다. 쌀이 무너지면 한국농업이 무너지는 것이다. 원내에서 정치권에 대해 명분과 당위성을 알려나가고, 정치권·정부·농민·단체들이 함께 농업을 살리는 범국민 회의기구도 마련해야 한다.

일정 때문에 집회에 참여 못할 수는 있지만, 국회에 전농 대표로 들어왔고 국회의원으로서 농민들 앞에서 할 얘기가 있을 것이다. 농민들이 불러내면 당연히 나갈 생각이다. 물대포 쏘면 나라고 안 맞을 재간 있냐."

- 농촌출신 의원들이 많은데 초당적 연대를 할 생각이 있는가.
"당연히 해야하지 않겠냐. 미리부터 적대적으로 하진 않아야지. 농업 뿐 아니라 어떤 사안이라도 옳은 사안이면 연대해서 하지 않겠냐."

- 전농에서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노동중심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농민이 민노당에 직접 참여한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당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꾸 (농민을) 빠트리고 소홀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제가 직접 활동하고 전농이 농업위원회 만들어 개입하면 관심이 일어날 것이다."

- 나중에 경남 사천에서 지역구로 재출마 생각 있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이나 당원, 지역이 요구할 때, 그때 가봐야지 미리 전제를 가지면 마음이 콩밭에 가서 지역을 관리하게 된다."

"소 키워야 하는데... 농사 병행이 가장 큰 고민"

오마이뉴스 이종호
- 수사로 생활한 이색경력이 있는데.
"기자들이 물어보는데 어디서 알았는지 모르겠다. 사실이다. 80년대 초 한 5년 동안 수도원 들어가서 도 좀 닦다가 하산했다. 수도원 사제로 생활하고 있는 분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사천에 왔는데 밤새워 얘기도 하곤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영성적 감화를 받아서 묵상이나 수도생활속에서 더 큰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수도생활을 했다."

- 지난 메이데이 집회 때는 송아지 낳는 것 때문에 집회도중 집으로 내려갔다고 하던데. 총선 이후 농사와 당선자로서의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하고 있나.
"집회 끝나고 행진 조금 하다가 집으로 내려갔다. 송아지가 어미 뱃속에서 죽었는데 잘 모르고 방치했더라. 전화로 계속 얘기해서 수의사 부르라고 했고 지금 어미는 치료를 받고 있다.

사적인 고민은 농사가 가장 크다. 소는 우유를 많이 내놓기 때문에 보름만 관리 안 하면 쓰러진다. 분만 후 관리 잘 안 해주면 우유도 못 내놓고. 그동안 운동하면서도 1주일에 3∼4일은 질병관리, 번식관리 다 해왔는데, 당선자 신분이라 더 바빠서 쉽지 않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답이 안 나온다."

- 원내에서도 지금 복장 그대로 입을 것인지. 고무신이 흙바닥은 좋지만 콘크리트에서는 안 좋을텐데.
"생활하던 대로 의정활동하려고 한다. 서양 것을 잘 안 좋아한다. 넥타이는 새끼줄처럼 갑갑한데 (우리 의상은) 활동도 자유롭고 바람도 술렁술렁 들어온다. 발바닥에는 신체의 혈이 다 있어 자극을 많이 할수록 좋고, 신발은 얇을수록 좋다. 경선 때 구두처럼 된 것을 신었더니 발이 참 불편하더라. 10여년 넘게 고무신을 신어왔는데, 이런 데에 너무 초점을 맞추니까 내가 얼굴에 철판 깐 사람이긴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 총선 후 특별휴가도 없이 연일 되는 강행군에 피로감이 심한데 특별한 몸 관리 노하우가 있다고 들었다.
"철저히 건강관리를 한다. 수면 한 3∼4시간 자도 열흘은 버티고, 건강에는 자신있다. 가방 안에 오곡가루, 콩가루, 야채효소 등 아차 하면 대용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 들어가 있다. 주로 야채를 먹고 인스턴트 식품은 일체 안 먹는다. 콜라, 커피, 양담배는 미국의 식량침탈 3총사라서 거부반응이 있고, 생수를 오전에 3∼4병 마신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아침마다 찬물, 뜨거운 물에 1분씩 9번 이상 냉온욕을 하는데 처음과 마지막은 찬물로 한다. 또 요가를 꾸준히 한다. 예전에 농사짓다 허리를 다쳐서 고생했는데 산 속에서 돌집 지어놓고 요가하고 생수 마시면서 회복시킨 적이 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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