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과장 "감귤폐원비 있어도 못준다" 발언 파문

감귤토론회에서 "가만 놔두면 폐원된다"... 농민들 "망언, 사과해야"

등록 2004.05.08 11:07수정 2004.05.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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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나온 농림부 과장의 발언이 농민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7일 농림부는 난지농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허상만 농림부장관과 생산자단체, 농민단체, 농업공무원 등 제주지역 농업관련 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감귤산업 발전 토론회를 개최하고 감귤폐원 보상비지원을 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제주감귤산업 발전 토론회 모습.(왼쪽에서 세번째가 허상만 농림부장관)
제주감귤산업 발전 토론회 모습.(왼쪽에서 세번째가 허상만 농림부장관)김현철
이날 토론회에서 허 장관은 “행정과 학계, 생산자에게 세계적인 품질의 감귤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러한 일은 정부나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고 제주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제주도 감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실천 가능한 것들을 물어보러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장관은 “과거는 만들기만 하면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높은 품질과 환경적으로 안정돼야 소비자가 찾게 된다”며 고품질감귤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우리농업을 살리려면 농업정책이 농업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일이 중요한 만큼 신뢰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농촌개발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가 7조원의 예산을 마련해서 10년 동안 1000개의 권역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 농수축산국장과 강인선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이 잇따라 감귤폐원 보상비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자, 여인홍 농림부 과수화훼과장은 "제주도 분들은 올 때마다 항상 지원만 해달라고 한다”며 다소 상기된 어조로 말문을 연 뒤 “자구노력 없이는 지원을 할 수 없다. 8년간 1200ha를 줄였다”고 강조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면 될 것도 안된다. 가만 놔두면 다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 과장은 이어 “생산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며 “자구노력 없이 정부에게 지원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독이다. 있어도 못 준다”고 밝혀 주위를 어색하게 했다.

이에 대해 참석한 농민들은 토론회가 끝나자“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정부에서 1997년경부터 20~30ha씩 찔끔찔끔 지원해오다 2001년부터 200~300ha씩 지원해왔다”고 말하고 “지난해에도 제주도 차원에서 자구노력으로 1120ha를 폐원했는데 자구노력이 없다니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이어 “정부에서 지원하면 될 것도 안되고 가만 놔두면 다된다는 식의 망언은 정식으로 제주농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토론회 자리여서 말은 안했지만 제주농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반발했다.

다음은 토론회 질의 내용 요약.


△강인선(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 감귤이 한-칠레FTA협상 체결 이후 간접피해 품목으로 지정됐다. 오렌지를 처음 수입할 때만 해도 정부는 감귤과 종류가 다르니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칠레산 포도가 노지감귤 출하시기와 맞물려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직접피해품목으로 지정돼야 한다.

제주도의 순수한 도비로 220억원을 투자해 1000ha를 폐원했지만 남은 1500ha가 큰 문제다. 폐원할 경우 조수입이 2000~3000억원 정도 증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1500ha를 폐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

△오홍식(제주감귤농협조합장)= 작년에 수입된 오렌지는 모두 17만톤에 이른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오렌지 수입량은 15만톤이다. 인구가 3배나 많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오렌지 수입이 적은 것은 일본감귤의 품질 때문이다. 일본은 품질로 승부했기 때문에 우리보다 수입량이 적다. 우리 제주감귤농협에는 100만본의 신품종이 있다. 제주도의 전체 감귤나무가 2000만본인데 정부가 도와주면 1000만본은 대체가 가능하다. 또한 1500~1700억원이 선과기로 인한 감귤 피해액이다. 제주감귤농협이 선과기를 개발해서 세계정보재산권기구에 등록했다. 오렌지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정부가 도와주면 된다. 순수익 5000만원을 목표로 제주감귤의 품질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다.

△정윤정(성산)= 감귤원 폐원을 했는데 밭작물 하니까 경쟁력이 있었다. 감귤을 폐원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폐원을 못한다.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제주도에서 원하는 폐원물량 전량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면 고맙겠다.

△강성태(남제주군 부군수)= 감귤 대체작물로 골드키위를 선정, 추진하고 있다. 이미 48농가 30여ha를 정했지만 하우스시설로 재배해야 하는 만큼 향후 50ha 9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며 60%를 국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300평당 조수익이 1000만원 정도 되는 만큼 지원을 바란다. 또한 대정과 안덕 등 서부지역에는 마늘 등 밭작물 재배를 많이 하고 있지만 물부족이 심각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75억원을 투자해 1000톤 규모의 저수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저수지는 주로 국비로 지원되는 사업인 만큼 이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 지원 바란다.

△고성보(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 감귤에 있어 가장 중요한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소형선과장에서 선과를 하다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가 어렵다. 일본감귤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오렌지보다 좋은 가격을 받고 있다. 소형선과장 800여개가 품질관리를 막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선과장 크기가 2만톤으로 시작했다.

△양민웅(감귤재배농가)= 글로벌시대에 감귤이 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감귤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정책도 시대에 맞아야 한다. 제주도의 온주감귤은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감귤품질을 보증할 수 있도록 비파괴선과기를 지원해줘야 한다.

△임태행(감귤재배농가)= 비파괴선과기를 이용한 한라봉을 출하해 좋은 가격을 받고 있다. 난지농업연구소에서 개발한 기계로 제주도내 3군데 농가에서 가동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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