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코리아 제3자 인수 가시화

경영진 믿음 깨져 농가 마음 돌리기엔 역부족

등록 2004.05.10 09:30수정 2004.05.1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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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닭, 오리 가공업체인 (주)화인코리아(대표 나원주)에 대한 제3자 인수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4월, 화의 인가 신청이 부결돼 오는 31일 제2차 채권의결회의가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서는 채권액 75% 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화의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채권액 457억 가운데 4분의 3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부결 당시 457억 가운데 59억원인 271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자만이 화의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화의인가 신청에서 반대표를 던진 농가들이 제3자 인수를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인코리아 운명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제2차 채권 의결회의에서 화의인가 신청이 부결될 경우 화인코리아는 파산절차를 밟게된다.

화인코리아 대표에 대한 믿음이 깨진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진 농가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게 농가 대책위원회 박양기 회장의 얘기다. 화의인가 조건으로 내민 화인코리아의 농가 부채 상환 조건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농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가들은 "2-3천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농가에 매달 20-30만원을 4년 분할 상환해 봤자 빚이자 갚기에 급급하다"며 "또 다시 은행에서 빚을 내서 닭, 오리를 사육하라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저었다.

이에 따라 농가 대책위원회는 발빠르게 제3자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 회사와 농가부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지 오고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오는 31일 이전에 제3자 인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농가 대책위는 "농가 부채의 70%을 갚아주는 조건에서 제3자 인수가 되야 만 농가 파산을 막을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모 회사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 박양기 회장은 "부채가 1천억 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화인코리아 회생은 가능성이 없다"며 "당초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지만 더 이상 나원주 대표를 믿을 수 없게 돼 제3자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인터뷰- 농가대책위 박양기 회장

농가들을 대표해 박양기 회장으로부터 양측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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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화인코리아 사육농가들이 화의신청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화인코리아 나원주 대표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부도 전부터 그동안 밀린 농가 수수료, 부채를 지급하겠다고 수없이 약속을 했었다. 한 예로 냉동품을 팔아서라도 부채를 지급하겠다고 해놓고서 제3자를 내세워 회사 물품을 가압류하는 등 농가들을 우롱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부도 이전에 병아리와 사료를 팔아 많은 이익을 챙기는 일은 다반사였고 농가에서 출하한 3.5kg오리를 3kg, 또는 3.3kg으로 무게를 달아 200-300g의 이득을 챙기까지 했다. 이렇다 보니 농가들의 불신임이 극에 달해 나 대표의 말을 1%로도 믿을 수 없게 됐다.처음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농가들이 나 대표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었다. 믿을 수 있는 전문 경영인으로 경영진이 바꿔진다면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농가들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법원에 화의신청을 내버렸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농가들이 나 대표의 이 같은 행동에 이제는 더 이상 회사에 대한 미련을 없게 만들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 지난달 26일 의결인원 434명 가운데 242명, 55.8%가 화의인가에 동의했는데 이 같은 수치는 화의인가 신청에 찬성한다는 농가가 더 많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수치상으로 보기에는 화의인가 신청에 찬성하는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 화의인가 신청에 동의한 농가는 50농가 정도이다.

실질적으로 닭, 오리를 사육해 회사로부터 채권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310여 농가에 불과하다. 130농가를 나 대표가 채권 농가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서류를 보면 이를 증명할 수 있다. 농가가 아닌 사람을 사육농가처럼 꾸며 채권자로 만들어 놨다. 신발가게 주인에서부터 운전기사, 인쇄소, 쌀가게 등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채권자를 만들어 농가로 만든 것이다.

평균적으로 회사에 대한 농가 채권액은 2-3천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100-200만원의 채권은 가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부도덕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농가들은 거의 98%가 반대표에 표를 던졌었다. 실제 농가가 아닌 이들은 위임장으로 찬성표를 던져 수치상으로는 찬성표가 50%를 넘었던 것이다."

-이날 화인코리아 측의 화의조건을 거부한 이유는?
"회사측에서 내놓은 화의 조건은 농가에 지급할 채무액 80억원을 4년 분할 상환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채권액이 2500-3000만원에 달하는 농가에 대해 회사에서 1달에 겨우 20-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얘기다. 이 돈으로는 이자도 갚지 못한다. 이 또한 연말에 한꺼번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건을 농가에서 받아들인다면 또 다시 은행에서 2000만원 정도의 부채를 내 닭, 오리 사육을 해야한다.

때문에 이 조건은 농가들을 빚더미 속으로 더 몰아넣게 된다. 이 조건은 나 대표 혼자 살아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화의 조건이다. 어느 농가가 겨우 20-30만원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가? 이 같은 화의 조건은 모든 농가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조건에 불과할 뿐 농가들을 살릴 방안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화인코리아가 파산될 경우 농가에게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화인코리아는 회생가능성이 없다. 지금 부채가 1000억원에 가깝다. 회사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조류독감이 오기전 호경기 때 700-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1,000억원대의 매출은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제3자가 들어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제3자가 농가 부채를 정리한 뒤 새롭게 시작해야만 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제3자가 들어와 농가 부채 70%만 갚아준다면 충분히 회사와 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인수자가 정해졌는가.
"지금은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모 회사와 논의 중에 있다. 3자 인수자가 농가 부채를 당초에는 50% 갚아 주기로 했지만 위원회와 농가에서 70%까지 부채를 갚아 줄 것을 요구해 현재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제3자 인수로 부채가 정리되고 정상적으로 출발한다면 우리 농가들은 최대한 협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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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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