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천보도...보수언론의 체질은 여전했다"

민언련 '룡천 참사' 관련 언론보도 토론회..."초기보도 '소설쓰기' 진수"

등록 2004.05.10 18:38수정 2004.05.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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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오마이뉴스 김태형
한국언론의 룡천 참사 관련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토론회가 10일 오후 2시 한양대학교 언론대학원 도심캠퍼스에서 열렸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 언론의 용천참사 초기보도는 '상상력'이 총동원된 픽션시리즈였다"며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마저도 실종된 '편견'을 바탕에 깐 '악의적 추측'의 결정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 위원은 "27일을 기점으로 언론은 한국전쟁 이후 일찍이 없었던 '민족애'를 아낌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한 뒤 "참사 초기에 보였던 보도태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평가 속에서 한국 언론은 남한사회의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룡천 최악의 오보는 <경향신문>

양 위원은 4월 24일자 경향신문 1면 머릿기사 <金 환영나온 학생 대거 참변>을 룡천 참사보도 관련 최악의 보도로 꼽았다.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중국 소식통을 빌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 환영행사차 역에 나온 인민학교 및 중학생 700여명과 역 근처 군사학교 건물공사에 동원된 4개 중대의 군인들도 상당수가 희생된 것 같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 위원은 이 기사에 대해 "직접 취재했거나 확인하지 않은 풍문 수준의 내용을 경향신문이 무리하게 추측 보도한 '대형오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 위원은 "경향신문이 '환영행사 참석 어린이 참변'을 누구보다 앞장서 주장해 놓고 나중에는 '다른 누구의 관측'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향신문은 독자들에게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일 위원장 암살설' 근거는 조선일보


서민수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기자
서민수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기자오마이뉴스 김태형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룡천 참사 관련 '북한 내 반김정일 세력 테러설'을 유포했던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외신인용 보도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민수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기자는 4월 30일 방송된 소속 프로그램 내용을 재론하며 "남북한 관련 외신보도의 출처가 특정 언론사인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확인 없이 이를 보도하는 것은 민감한 한반도 정세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 <사실은...>은 같은 날 방송에서 "국내 주요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암살설의 주된 근거로 제시한 홍콩 성도일보의 '폭파 30분전 통과설' 보도는 조선일보 중국어판에 근거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냉전적 태도 여전...남북화해 정신에서 북한 관련 보도 써야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는 북한 관련 기사쓰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룡천 참사와 관련 '음모론'적 시각에 바탕한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데스크들의 암묵적 요구와 선정적 저널리즘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장 기자는 지적했다.

또 장 기자는 "북한 관련 보도에서 모든 문제를 북한 체제와 결부시키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북한 관련 기사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속에서 써야 함에도 아직도 (남북화해·협력이라는) 시대정신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언론사나 기자들도 있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보수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행태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장희 외국어대 법과대 교수는 "김정일 테러설과 책임론을 주장하는 보수언론의 논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고로 이런 체제는 교체해야 된다'는 게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룡천사건 경우 보수언론들이 딴지걸기식 보도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체질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룡천참사에 대한 보수언론의 속마음이 어떻든 현재와 같은 민족화해적 보도를 계속 견지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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