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
지난해 8월 25일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무덤을 찾지 못한 게 늘 마음에 큰 빚으로 남아있던 참에 마침 지난 5월 6일, 충주를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리고자 선생의 아드님 정우씨에게 전화를 드렸다.
마침 들에서 일하는 중이지만, 무덤과 가까운 거리라면서 찾아도 좋다고 하여 차 머리를 무너미 마을로 돌렸다. 30여분 후 정우씨의 집에 이르자 내외분이 문 앞에서 맞아주었다.
잠시 찬물로 목을 축인 후 정우씨의 트럭에 옮겨 타고 부용산 기슭으로 갔다. 흙길에다 비탈이 심하여 일반 승용차로는 어림없는 길이었다.
마침내 '이오덕님 계시는 곳'이라는 표지석이 나오고, 선생의 유작 <산새>를 새긴 시비가 나왔다. 선생의 무덤은 거기서도 더 높은 곳에 있다면서 곧장 무덤으로 갔다.
잠시 후 앞이 훤히 트이는 부용산 멧줄기 아늑한 곳에 선생이 편히 잠드신 무덤에 닿았다. 준비해간 술잔을 드리고 두 번 절을 올렸다.
'박 선생, 바쁜 길에 일부러 예까지 들리시다니. 아무튼 고맙습니다.'
선생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무덤 아랫녘에는 천막이 쳐져 있는데 아들 정우씨가 이따금 그곳에 머물다 간다고 했다. 그걸 보고 같이 간 아내가 현대판 ‘시묘(侍墓)’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