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천안ㆍ아산역사 문제가 이제는 지역 택시업계의 이권다툼까지 번지고 있다. 역사명칭에 대한 이 문제는 19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 확정 후, 수년 동안 계속돼 왔다.
지난 95년부터 아산시 번영회가 '고속철도역 명칭 바로쓰기 시민운동'과 함께, 역사명칭 문제를 제기해 오다가 '아산역 사수투쟁위원회'가 조직되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아산시 대부분의 단체가 참가하였고, 아산시에서도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아산역'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2000년 10월 건교부의 의견요청에 대해 충남도는 '장재역'을 건의했고, 건교부는 '장재역 명칭은 里단위 명칭으로 인지도가 낮고 관련 지자체도 반대한다'는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지자체 의견은 아산시는 ‘아산역’, 천안시는 ‘신천안역’으로 제시함에 따라 지역갈등이 예상되었고, 2003년 2월에 '고속철도역 명칭선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4월 23일 제3차 위원회에서 ‘천안아산역’으로 건의하였다.
2003년 7월 25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국무총리 주재)에서 자문위원회 건의안대로 역명을 조기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아산시민의 반대여론을 결집시켰고, 대규모 반대집회와 함께 역사 주변 도로 점거 등 다양한 방법의 항의집회와 성명이 잇따랐다.
2003년 11월 25일, ‘사수투쟁위’ 전영준 위원장과 주민 7명이 제출한 ‘역사명 결정 처분 취소 청구소송’이 2004년 4월 6일, 원고 패소판결로 결정되자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즉 사수투쟁위의 “아산땅엔 아산역”이란 구호가 “아산땅에 아산시 고속철도”로 바뀌면서, 역사명칭에 대한 투쟁 일변도에서 약간 후퇴하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아산시 번영회 김성렬 회장은 지난 4월 1일 개통식 날부터 아산역 명칭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사수투쟁위에 집중되었던 관심과 여론을 끌어내기엔 부족했다. 결국 개통식 당일엔 타 역과는 달리 이렇다할 행사는 없었고, 아산시는 충무공 이순신 축제의 홍보에, 천안시는 고속철도 개통기념 천안장사씨름대회에 초점을 두었다.
역사명칭의 문제는 총선공약과도 직결되었다. 아산지역 후보들은 지역주민을 의식하여, 하나같이 역사명칭에 대한 절대사수입장을 내세웠다. 그리고 지금은 역사명칭의 문제보다는 택시영업문제와 같은 이권갈등의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번 충남도의 중재는 실패로 돌아갔고, 12일에는 천안과 아산의 택시업계간에 약간의 충돌도 있었다. 이와 같은 갈등 양상에 언론 역시 한 몫을 거들었다. 이번 충돌에 대해서도 '택시전쟁 심화', '갈등양상 여전', '택시분쟁 확산'등의 토픽으로 일반 시민들이 볼 때 지리한 갈등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본 기자는 이런 갈등의 해결에 앞서 고속철도 이용객들의 불편 해소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좁은 진입로의 문제, 진입로 상의 악취 문제, 천안과 아산 사이의 가드레일 문제 등 실제 이용하는 주민들은 역사명칭 또는 택시업계의 이권 등에 대한 관심보다는 ‘언제쯤 이러한 불편들이 해소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천안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의 입장은 ‘이젠 일반 시민들은 더 이상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에 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시민들은 “역사명칭이 무슨 관계냐? 불편을 좀 해소해 달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기 지역적 정서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인지라 쉽게 합의에 도출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젠 시민사회가 나서야할 때가 왔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천안과 아산의 시민단체들이 만나서 과연 지금의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인지, 시민들의 불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야 한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총선이후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진출함에 따라 시민운동 내부에서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즉 ‘제도정치와 운동정치 경계변화’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위기인가, 기회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분권과 자치’등 ‘풀뿌리 시민운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87년 6·29 선언으로 인해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이번 총선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의 발판을 마련한 상황에서 시민운동, 특히 지역에서의 시민운동은 지역의 문제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하며, 역사명칭과 같은 지역간의 갈등문제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언론도 갈등양상의 부각 보다는 문제해결의 촉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천안과 아산의 시민단체가 문제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지역 언론들은 이러한 해결노력을 부각시켜서 더 이상 지역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협력과 발전의 차원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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