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지금 분양 경쟁 중?

천안시의 개발 가속화로 분양 물량 넘쳐

등록 2004.05.13 23:05수정 2004.05.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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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천안 쌍용동의 박아무개할머니는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전화의 내용은 모두 두정동 신축건물 분양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전화가 천안 시민들에게 하루에도 10여 통씩 무작위로 걸려오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된 건물들 사이에서 분양 경쟁이 발생, 몇몇 분양업체가 수십 명의 텔레마케터(TM)를 고용해 무작위 광고 전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정동 일대에 분양중인 건물들
두정동 일대에 분양중인 건물들김갑수
직접 두정동 일대를 방문한 결과, 약 20여 개의 분양 관련업체들이 길가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한 업체의 직원은 "분양가가 1억 원 정도 일 때는 대부분 TM작업을 하지 않고 직접 거리에 나서 홍보를 한다. 그러나 5천만원 이하 분양의 경우에는 TM작업을 하는 분양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두정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부동과 불당동에도 대형 신축건물이 들어서면서 분양경쟁에 따른 광고 전화가 각 가정에 잇따르고 있다. 분양업체 한 직원은 "부유한 지역 국번이 '123'일 경우 '123-0001' 부터 순서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분양 과정을 살펴보면, 서울 등 외지인이 대부분인 건물주는 신축건물의 분양을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타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분양전문 인력들이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

이와 맞물려 언론에서 특정 지역의 부동산 정보가 알려지면, 투자자들을 거느리고 있던 분양전문 프리랜서들은 해당 지역에 분양 대행 팀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집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그 건물이 원룸이나 오피스텔 중심의 건물이라면 지역 부동산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은 기본급 40∼50만원을 받거나 일당 1만원을 받으며, 나머지는 분양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위탁 회사들은 성과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고, 심지어 분양이 지지부진할 경우 건물주의 압력과 더불어 생계의 위협마저 느낀다고.


기자가 이날 만난 7명의 분양업체 직원들 모두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내려온 사람들이었고, 분양 성과가 미진해 건물주 등 분양업체 대표에게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 듯했다.

텔레마케터 150명을 고용하여 분양중인 신부동의 K 건물
텔레마케터 150명을 고용하여 분양중인 신부동의 K 건물김갑수
신부동 K건물의 J분양 회사는 실제 150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TM만으로 분양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과장 아무개씨는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해하지 않느냐?”고 묻자 “물론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불편하면 그냥 전화를 끊으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분양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불편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이 업체는 약 60% 정도 분양을 끝냈다. 이 과장은 “분양이 끝날 때까지 TM 작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해 결국, 시민들의 불편은 분양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천안시는 두정지구 약 70만 평 중 50만 평을 주거지구로, 17만8천 평을 중심상업지구로 결정했다. ‘중심상업지구’란 위락지구, 모텔, 상가 등 주택이 전혀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을 말한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정도의 규모는 인구 약 150만 명 정도의 대도시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즉 천안시가 도시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중심상업지구를 지정해 대형신축건물이 들어섰지만 수요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천안지역 사람들이 분양받는 경우는 약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타지 사람들이라고 한다.

지난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곧이어 수도권 전철이 들어올 예정인 천안은 ‘서울특별시 천안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는 ‘인구 50만의 광역도시’를 꿈꾸며 개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문제인가?

이 문제와 관련해 천안시청 도시계획과 등 5개부서의 관계자들과 통화를 했지만 이들은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천안시 한 관계자는 "광역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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