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조현미씨 살해범에 사형 선고

[현지보고] 작년 1월 텍사스서 발생한 살해사건 마무리

등록 2004.05.15 10:05수정 2004.05.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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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선고가 내려진 달라스 카운티 법원 제2형사법정의 모습. 판사 앞에 놓여 있는 사진이 재판의 증거물로 채택된 고 조현미 씨의 사진이며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12명의 배심원단.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선고가 내려진 달라스 카운티 법원 제2형사법정의 모습. 판사 앞에 놓여 있는 사진이 재판의 증거물로 채택된 고 조현미 씨의 사진이며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12명의 배심원단. ⓒ 조명신

“앤소니 도일, 사형!”
지난 10일 오후 3시, 댈러스 카운티 제2형사법정에서 클리프 스티클린 판사가 재미교포 조현미씨 살해범인 앤소니 도일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조현미씨가 살해당한 지 15개월 24일만의 일이다.

작년 1월 16일 달라스 북동쪽에 위치한 랄렛에서 일어났던 이 사건의 재판은 지난 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일간의 재판 끝에 지난 6일에는 12명의 배심원단이 앤소니 도일의 유죄를 인정했으며 7일부터 형량을 정하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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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도일을 기소한 탐 다모르 검사와 토비 슉 검사는 피고를 사형시켜야 된다는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피고의 초등학교 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 앤소니 도일의 난폭하고 어두운 과거를 부각시켰다.

이에 반해 국선변호인단인 릭 해리슨 변호사와 로버트 번스 변호사는 그가 유죄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종신형을 선고받는다해도 사회로 복귀할 수 없다는 논리로 앤소니를 변호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정신과 의사인 케스너 박사를 법정으로 불러 앤소니 도일에게 정신장애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a 국선 변호인인 릭 해리슨 변호사가 배심원단을 향해 앤소니 도일을 변호하고 있다.

국선 변호인인 릭 해리슨 변호사가 배심원단을 향해 앤소니 도일을 변호하고 있다. ⓒ 조명신

케스너 박사는 “앤소니 도일이 초등학생 3학년 시절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 질병이 교사나 부모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되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사 측에서는 “케스너 박사가 일급살인에 해당하는 피고인들의 정신감정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얼마 전에도 정신병 진단으로 인해 풀려난 범죄자가 다시 경찰과 시민을 죽인 일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다 변호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케스너 박사는 범죄자의 정신감정과 관련 시간당 150불의 감정비를 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략 7000불의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언과 관련된 비용은 판사가 재량에 따라 허락했으며 법원에서 지불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속개된 최후변론에서는 검사측과 변호사측 2명씩 각각 20분간 번갈아 가면서 변론을 했다.

a 이 사건의 범인 앤소니 도일이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사의 최후변론을 듣고 있다.

이 사건의 범인 앤소니 도일이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사의 최후변론을 듣고 있다. ⓒ 조명신

제일 먼저나선 토비 슉 검사는 “그 동안의 재판을 통해 앤소니 도일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인간인지 충분히 입증되었다”면서 “사회적 규범은 안중에도 없는 피고를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으며 이것은 피고가 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변호에 나선 로버트 번스 변호사는 “피고가 양심이 없는 인간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사형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종신형이기 때문에 어차피 집으로 갈 수는 없다”면서 “그의 정신병력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변호에서 릭 해리슨 변호사는 “검사 측에서 피고와 그의 과거를 과장하고 있다”면서 “그가 저지른 일이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사형은 과한 처벌이므로 감정에 의존하지 말고 증거에 의존해 판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a 앤소니 도일을 기소한 탐 다모르 검사가 배심원단에게 피고의 사형을 요청하고 있다.

앤소니 도일을 기소한 탐 다모르 검사가 배심원단에게 피고의 사형을 요청하고 있다. ⓒ 조명신

마지막으로 최후변론에 나선 탐 다모르 검사는 “재판을 통해 피고가 화나고 분노했을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았다”면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야만 하고, 하고 싶은 일은 해야만 하는 종류의 인간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이번 재판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배심원들에게 요구했다.

12시부터 시작된 배심원단의 결정은 3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며, 결국 배심원단이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한주간에 걸친 재판이 마무리되었다. 판사의 선고 후 법정을 빠져나가던 앤소니 도일은 입고 있던 양복 상의를 벗어 바닥에 팽개치고 셔츠를 풀어헤치며 호송관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한편 탐 다모르 검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텍사스 주법과 연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항소가 되어 형 집행까지는 몇 년의 시일이 더 걸릴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재판 과정의 중대한 과실 혹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항소는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명백한 범죄인데다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앤소니 도일의 사형은 약물주사 방식을 이용 10년 이내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던 조현미씨의 언니 조현숙 씨는 재판 기간 내내 법정을 찾았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조씨의 남동생 조현승 씨는 가족과 함께 달라스를 방문하고 판결을 지켜보았다.

조현숙씨는 “동생이 이미 가고 없지만, 휴머니스트였던 동생의 성격상 아마도 범인을 이미 용서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막상 사형 판결을 받고 보니 그가 불쌍하다는 느낌도 든다”면서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복잡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재판을 함께 지켜봐준 댈러스 한인회장을 비롯 교인들과 도넛 가게로 찾아와서 위로해 준 많은 분들, 텍사스 도넛협회 임원들, 신문기사를 읽고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재판이 잘되기를 빌어준 많은 동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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