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조현미씨 살해사건 범인에 유죄 확정

[현지보고] 작년 1월 텍사스서 발생한 조현미씨 살해사건 일단락

등록 2004.05.07 13:49수정 2004.05.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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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재판이 열린 댈러스 카운티 법원 제2형사법정의 모습. 조씨의 언니인 조현숙씨(오른쪽)가 증언을 하고 있다.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재판이 열린 댈러스 카운티 법원 제2형사법정의 모습. 조씨의 언니인 조현숙씨(오른쪽)가 증언을 하고 있다. ⓒ 조명신

재미동포 조현미씨 살해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 1년여만에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1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북동쪽에 위치한 랄렛(Rowlett)에서 일어났다. 당시 39세였던 한인여성 조씨는 친언니를 도와 도넛 가게를 운영하던 중 가정집에 도넛 배달을 나갔다가 이같은 참변을 당했다.

범인은 18세의 흑인 남성 앤소니 도일(Anthony Dewayne Doyle). 경찰 조사 결과, 앤소니는 돈을 뺏기 위해 야구 배트로 조씨의 머리를 수 차례 가격해 사망시켰으며, 시신을 옆집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났다가 다음날인 1월 17일 오전 체포됐다.

앤소니는 범행 직후 조씨의 차와 셀룰러 폰을 훔쳐 달아났으며, 차를 세차장에 버린 채 친구를 만났다. 이후 쓰레기통에서 사체를 발견한 이웃 할머니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보이는 앤소니의 집을 덮친 결과 실내 카펫에서 검은 자국 등이 발견되고 온 집안에서 표백제 냄새가 진동하는 것으로 미루어 그가 범인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주요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댈러스 일대는 경악과 함께 깊은 충격으로 빠져들었고 그녀의 사망소식을 들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도넛 가게를 방문,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과 사진 그리고 조화를 남겼다.

조씨의 장례식은 그해 1월 24일 댈러스에서 치러졌고, 장례식 다음날에는 그녀가 운영했던 도넛 가게 앞에서 촛불 추모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간간히 빗줄기가 내린 쌀쌀한 토요일 저녁, 조씨의 가족을 비롯한 이웃 가게 동료들과 지역주민들이 한데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a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참석, 억울한 죽음에 대한 법의 단죄에 관심을 표명했다. 법정안 사진촬영을 금지한 규정때문에 법정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촬영을 하고 있다.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참석, 억울한 죽음에 대한 법의 단죄에 관심을 표명했다. 법정안 사진촬영을 금지한 규정때문에 법정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촬영을 하고 있다. ⓒ 조명신

조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하늘로 날려보낸 500개의 노란 풍선이 사라진 지 16개월이 지난 5월 3일 오전 9시(이하 댈러스 현지 시간), 댈러스 카운티 법원 제2형사법정에서 조씨 살해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클리프 스티클린 판사의 주재로 12명의 배심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재판에는 탐 다모르 검사와 피고인 앤소니 도일측 국선변호인으로 릭 해리슨 변호사가 나섰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에는 피해자의 언니인 조현숙씨가 다니는 제일연합감리교회 박광배 목사와 교회 신도들, 김윤원 댈러스한인회장 부부 등 1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 재판을 지켜봤다. 또한 WB33와 CBS11, 댈러스모닝뉴스 등 주요 언론사들도 조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법의 단죄에 관심을 표명했다.

탐 다모르 검사는 피고인 앤소니 도일이 '메리(Mary)'라는 여자이름으로 도넛을 주문해 상대방을 속였고, 잔인하게 야구방망이로 피해자를 7번 이상 가격해서 살해한 후 외부 쓰레기통에 사체를 유기했으며, 집안에 남은 혈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을 들어 의도적 살해라며 앤소니의 유죄를 주장했다.


a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범인 앤소니 도일(Anthony Dewayne Doyle, 왼쪽)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조현미씨 살해사건의 범인 앤소니 도일(Anthony Dewayne Doyle, 왼쪽)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 조명신

그러나 릭 해리슨 변호사는 당시 18살이었던 앤소니 도일이 무직인 상태에서 생후 3주된 딸을 돌보는 데 돈이 절실히 필요했으나 직업을 구하지 못해서 생긴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조씨의 돈을 빼앗기 위해 실신시킬 목적으로 단 두 차례만 가격했다면서 살해의도는 없었다고 변호했다.

이후 탐 다모르 검사는 피해자의 언니 조현숙씨와 당일 피고인의 도넛 주문 전화를 받은 김지현씨를 비롯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 등 다양한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우면서 조씨의 사진과 범행 현장 사진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한편 김지현씨의 법정 통역은 법원에 등록된 통역관인 성영준씨가 맡았다.

사흘 동안 계속 된 재판 끝에 지난 5일 정오 무렵 양측의 최후변론을 들은 배심원단은 최종적으로 피고인 앤소니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배심원의 결정은 토론 시작 후 불과 45분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배심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볼 때까지 걸리는 토론시간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된 것이다.

a 피해자의 언니인 조현숙씨(오른쪽)와 사건 당일 피고의 전화를 받은 김지현씨(왼쪽, 항암치료중인 관계로 착모)가 증언에 앞서 법정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피해자의 언니인 조현숙씨(오른쪽)와 사건 당일 피고의 전화를 받은 김지현씨(왼쪽, 항암치료중인 관계로 착모)가 증언에 앞서 법정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 조명신

일단 피고인의 유죄가 인정된 상태에서 최종 판결을 남겨놓고 있으며, 이르면 금주 내에 사형 또는 종신형으로 판사의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재판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전부터 집행유예 기간에도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켜 소년원을 전전한 경력이 있고 갱단과 연관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죄가 확정된 후, 피해자의 언니인 조현숙씨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몇 년 정도 형을 살고 다시 거리를 활보할까 걱정된다. 나중에 감형이 될 것을 감안, 1심에서는 최고형을 내려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꼭 피고인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잡한 심정을 표했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면 영화 감독이 되겠다"며 다부지게 꿈을 키우던 조씨는 서른 아홉 번째 생일을 2주 앞두고 하늘로 갔다. 그후 기다림과 지루함의 연속이었던 그녀의 재판이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고 조현미씨는 누구?

▲ 고 조현미씨가 도넛가게에서 일하던 생전의 모습.

고 조현미씨는 1965년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홍익대학교 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 삼희 커뮤니케이션에서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래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어스틴에서 영어 공부를 했고, 96년에는 뉴욕의 뉴스쿨에서 영화공부를 했다. 뉴욕의 한국 라디오 방송국에서 광고기획 담당으로 일하면서 학비와 생계비를 조달하였다.

98년 독립해 터닝 포인트 커뮤니케이션이란 광고 대행사를 설립했으며 99년에는 미국 문화와 영어 학습 사이트인 msvoice.com의 설립에 참여 하기도 했다. 2001년 8월에 다시 댈러스로 이주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언니를 도와 일을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 조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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