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26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4)

등록 2004.05.21 11:41수정 2004.05.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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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원 선무곡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장로들을 죽여달라는 충격적인 말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나서서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호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대체 선무곡의 장로라는 작자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장로원 소속 장로들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장로 정원은 선무곡이나 곡도들의 장래와 안녕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붕당의 안위와 이익이 우선인 자들이다.

온갖 이권(利權)에 개입하여 얻은 부정한 금품으로 치부한 놈도 있고, 매관매직을 서슴지 않는 나쁜 새끼들도 많다.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면서도 곡도들의 민생은 알 바 없다는 호로 새끼들이기도 하다.

왜문에 빌붙어 동족을 핍박한 대가로 얻은 재물로 지금껏 호의호식하는 개새끼들도 있고, 무림천자성에 이익이 된다면 선무곡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상관없다는 미친놈이다.


또한 가뭄이나 홍수 때문에 곡도 대부분이 굶주릴 때에도 호화판 강호 유람을 다녀왔다며 자랑하는 정신 나간 놈들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곡의 재정이 피폐해지면 피폐해질수록 자신들에게 이익이므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곡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피폐해져야 한다 열변을 토하던 미친 새끼도 있다.

또 어떤 놈은 생각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열변을 토하다가도 사실무근임이 드러나면 아니면 말고라는 말로 때우려는 개만도 못한 새끼도 여럿 있다.


선무곡 장로들을 몇 마디 말로 단정지으라면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후안무치(厚顔無恥), 표리부동(表裏不同), 인면수심(人面獸心), 배은망덕(背恩忘德), 방약무인(傍若無人) 같은 말을 한다.

이외에도 앞에서는 굽신거리지만 뒤돌아서면서 배반한다는 면종복배(面從腹背)나, 조그마한 이익에도 배신하기를 밥먹듯 한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 그리고 양심도 없는 파렴치한(破廉恥瀚)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족속(族屬)들이다.

앞뒤가 다르다는 의미인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 양두구육(羊頭狗肉), 조변석개(早變夕改), 조령모개(朝令暮改)라는 말로도 설명하고, 대가리 속에 든 게 없다는 일자무식(一字無識),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말로 단정지어지기도 한다.

그런 그들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 짓는 어휘가 있다. 천인공노(天人共怒)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적나라한 표현을 찾아 보라 하면 ‘죽어 마땅한 개만도 못한 새끼’라고 한다. 이러하기에 장로들을 죽이라는 말에 반대하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질러댄 것이다.

“그런데 장로란 장로는 모조리 죽이는 것이오?”
“맞소! 장로 가운데 일부는 괜찮은데…”

“현직 장로만 죽이는 것이오? 아니면 전임 장로들도 몽땅 포함되는 것이오? 그놈들 가운데에도 죽일 놈들이 부지기수요.”
“맞소! 이번 기회에 그놈들도 모조리 처단합시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이 다시는 그런 개 같은 놈들의 횡포 때문에 눈물 흘리거나 힘들어하지 않게 하여야 하오.”

“맞소! 그 따위 놈들이 곡도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왈가왈부하는 꼴을 이제는 더 못 보겠소. 그러니 남김 없이 처단합시다.”
“좋은 말이외다! 여기 재청(再請)이오!”
“크크크! 본인은 삼청(三請)이외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광장은 삽시간에 시끄러워졌다. 한동안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면구를 쓴 인물이 입을 열었다.

“여러 영웅들께서 하실 일은 현직 장로들을 처단하는 것이외다. 그들 이외에도 죽일 놈들이 많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왜문이나 무림천자성에 빌붙어 사리사욕을 채우려던 자들을 포함하여 곡의 발전에 저해되는 자라 생각되는 놈들은 모조리 구천을 떠도는 고혼(孤魂)이 되도록 할 것이외다.”

“핫핫! 찬성이오. 이번 기회에 아예 대대적인 청소를 합시다.”
“나도 찬성이오! 썩은 곳은 모조리 도려냅시다.”

“하하! 하하하! 우리 선무곡이 이제야 제대로 될 것 같소이다.”
“하는 김에 과거 왜문에 빌붙어 치부(致富)를 한 자들의 재산은 모조리 압수해야 하오. 그리고 놈들의 후손들은 다시는 권력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외다.”

“맞소! 그놈들이 다시는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아예 씨 몰살을 시키거나 모조리 노비로 삼읍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오! 아마 그게 하늘의 뜻이고 정의일 것이외다. 그런데 그놈들은 누가 처단하오?”

“그놈들은 본단에서 처단할 것이외다. 본단이 여러 영웅들께 장로들의 처단을 맡기는 것에는 이유가 있소이다.”
“무슨 이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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