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 시대에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홍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관광 분야는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불릴 만큼 투자 대비 수익이 높아 각 지자체들의 홍보가 치열한 산업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 단체의 경우 지역 홍보를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은 홈페이지(http://www.namhae.go.kr)를 통해 남해군이 유배문학의 고장이라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남해군은 역사적으로 이름 있는 관리들이 여러 명 유배를 갔던 유배지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위대한 문학자였던 서포 김만중 또한 남해로 유배를 갔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남해군은 <역사 속의 유배지 답사기>라는 책을 그대로 인용하여 지역 홍보를 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박진욱씨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서포 김만중은 숙종 15년(1689년)에 이곳(남해)으로 귀양 왔다가 숙종 18년에 이곳에서 죽었다. 3년을 여기에서 살았으며 그 기간 동안 <구운몽>과 <서포만필>을 지었다.
이러한 주장은 몇몇 문학연구자들이 주장한 바 있기도 하지만, 창작 지역에 대한 논란은 서울대학교 김병국 교수가 1988년 일본 천리대학에서 <서포연포>라는 책을 발굴하면서 북한의 선천에서 창작된 것을 결론으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이러한 실증 자료 외에도, <구운몽>은 선천 지역에서 창작된 다른 작품들과 모티브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남해가 아닌 선천 지역에서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의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자, 그 관계자는 "군청에는 자료가 없다"며, <서포 김만중 기념사업회>로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념사업회 회장 김성철 씨는 이에 대해 "사실 관계는 확인이 안 되는데, 대체적으로 학자들의 견해가 선천에서 지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만중이 <구운몽>을 선천에서 창작하여 어머니께 보내고, 남해에 와서 완성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학계의 연구결과로 볼 때, 김만중의 <구운몽>이 남해에서 창작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실증되지 않은 추측만을 토대로 한 일부 주장을 인용하여 홍보를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남해군청은 이러한 추측을 바탕으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남해군을 <구운몽> 창작한 곳으로 홍보하고 있다.
관광사업은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을 토대로 홍보할 때에는 수익성을 앞세우기보다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여러 학술자료들을 검토하여 고증된 사실만을 홍보해야 하는 것이 옳다.
자칫 지역의 발전을 위해 홍보자료로 쓰이는 역사가 왜곡된 것일 경우, 그 자료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그대로 역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지역홍보에 앞장서는 각 지역자치단체들은 역사적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확인된 사실만을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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