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가 부자 때려잡는 세금이라고?

21일 '부유세 도입 타당성' 토론회서 여야 당선자 찬반 '격론'

등록 2004.05.21 17:28수정 2004.05.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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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1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다산경제홀에서 열린 '부유세 도입의 타당성과 세제개혁의 방향' 토론회에는 여야 당선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21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다산경제홀에서 열린 '부유세 도입의 타당성과 세제개혁의 방향' 토론회에는 여야 당선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부유세의 현실적 구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부자를 때려잡는 세금'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부유세라는 개념과 일치하는 것일까. 부유세가 사회주의적 성격의 세금제도라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은 정당한 것일까.

민주노동당이 지난 총선 기간 주요한 공약 사항으로 내세웠던 부유세. 부유세 도입의 타당성과 실효성이 재정 전문가들에 의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성균관대 경제연구소는 21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다산경제홀에서 '부유세 도입의 타당성과 세제개혁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부유세의 면면을 '해부'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최재천 열린우리당 당선자, 윤건영 한나라당 당선자, 심상정 민주노동당 당선자, 이상근 회계사,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TV 토론 도중 정치적 공방 거리의 하나로 간간이 논의돼 왔던 부유세가 다양한 성향을 지닌 조세 전문가들에 의해 실현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기는 총선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때문인지 이날 토론회는 부유세 실현을 위한 기술적 문제가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그간 여러차례 지적돼 왔던 부유세의 이중과세 논란, 개인 자산의 가치평가 문제, 부유세 도입에 따른 기업의 투자의욕 상실 등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발제를 맡았던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시행경험을 근거로 부유세 도입의 현실적 가능성과 의미 등을 분석했다. 노 위원은 우선 부유세에 대한 일반적 편견과 거부감을 줄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부유세는 부자 못살게 굴기 위한 세금 아니다"

그는 "부유세는 (부동산) 투기억제의 수단도 아니고, 부자를 못살게 굴기 위한 세금도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부유세가 소득재분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부유세 신설주장은 조세개혁을 위한 정책 논의로서 적절한 시의성과 대안성을 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올해 입법예정 중인 종합부동산세 신설과 맞물려 정당간 정책경쟁을 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위원은 부유세를 시행하는 유럽국가들이 한때 20개국에 육박한 뒤 현재 8개국으로 줄어든 현실을 지적하며 부유세의 현실적 한계점을 열거하기도 했다. 그는 "부유세 자체만 놓고 볼 때는 세무행정의 편의성 측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조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부유세가 자진 신고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납세자의 과소신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보석이나 서화, 골동품, 가재도구류는 공개거래시장에서 공정시장가치를 수집하기 곤란할 뿐 아니라 보유사실여부도 납세자의 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며 기술적 어려움을 염려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부유세라는 정기적 보유단계 재산과세가 갖는 기본적인 한계인 재산평가 및 납부세액확보 문제에 대해 답이 전제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순서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당선자와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윤건영 한나라당 당선자,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등이 부유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심상정 민주노동당 당선자와 치열한 이론 공방을 펼쳤다.

최재천 당선자 "시장 형성 안된 재산, 가격 어떻게 평가할 건가"

최재천 당선자는 "부유세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과 채무 등 모든 재산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문에 지나친 비용이 소모되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당선자는 노영훈 위원의 지적과 같이 "시장이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은 자산의 경우 그 가격이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될 위험이 있어 공평을 해치고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조세의 중립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즉, 그림이나 골동품처럼 공정한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과세대상 '실물자산'의 경우 정확한 시장가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평한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중과세의 문제 ▲부의 국외 유출 ▲미실현이익 과세의 문제 등도 도입 반대 사유라고 밝혔다.

최 당선자는 부유세에 대한 대안으로 토지와 건물의 과표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제시하며 "이번 정기국회 때 법안을 상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당선자 "자영업자 소득 파악도 어려운데 어떻게 총재산 평가하나"

윤건영 한나라당 당선자도 최 당선자와 유사한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재정전문가인 윤 당선자는 "부유세 도입의 전제는 순부(net wealth) 즉 금융, 실물자산의 현시가 평가 작업이 따라야 하고, 어느 정도 채무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부유세가 도입될 경우 탈세를 위해 시가평가가 쉬운 금융자산보다 시가평가가 어려운 부동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힘들어 소득에 대한 과세도 안 되는 형편임을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이것이 바로 부유세가 도입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부연했다.

심상정 당선자 "부유세는 세제 문제, 미리 의욕 꺾어서야"

반면 심상정 당선자는 앞선 토론자들이 지적한 기술적 구현의 난해함을 인정하면서도 소득재분배와 공평과세 실현, 조세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부유세를 단독으로 입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유세와 연동해 현 조세제도의 많은 점을 개혁하는 조세개혁방안과 연계돼 추진해야 한다"며 부유세 단독입법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심 당선자는 부유세의 실효성 논란과 관련 "자산평가와 세원포착 등을 문제삼고 있는데 사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현행 세법도 이런 잣대로 비판하면 부유세 보다 훨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부유세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어 심 당선자는 "이 문제를 세제 문제로 보고, 정확히 설득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정치권이 해야지, 미리부터 의욕을 꺾는다든지 해서는 안 된다"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토론자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한 심 당선자는 부유세의 도입으로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중국에서는 1000달러만 받아도 노동자들이 잘 살고 있고, 생활하는데 지장 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1000달러 시대로 되돌리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인건비 이외에 기술경쟁력으로 먹고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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