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법원 판결을 지지하고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촉구하는 각계 인사의 지지성명이 발표됐다.
법원의 판결을 두고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정치권도 조심스럽게 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조만간 국회가 개원하면 이 문제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대체복무제도 입법 촉구 각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기조발언을 통해 "이번 법원 판결은 한국 인권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만한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2003년 사법파동 이후 우리 사법부가 드디어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주의 폭력성 드러낸 역사적 사건"
이어 홍세화 한겨레 논설위원은 '무죄선고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자유세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자유를 얼마나 구속해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홍 위원은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오랫동안 희생해온 이들의 고통과 저항들이 오늘의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한 후,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 개혁이 얼마나 지체되어 왔는지 부끄러움을 느끼고 부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대체복무법의 입법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연대회의가 촉구한 대체복무법의 주요 골자는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윤리적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 ▲양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정의 절차 마련 ▲현역 복무의 1.5배를 넘지 않는 대체복무기간 ▲대체복무자에 대한 일체의 차별 금지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헌법재판소는 현재 계류 중인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조속하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릴 것 ▲정부는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 여론 조성과 무수한 병역거부 전과자 양산을 중단하고,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제도를 즉각 도입할 것 ▲ 각 정당은 국제적 흐름에 맞춰 병역거부권 인정 및 대체복무 제도입법을 명확히 당론으로 정하고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즉각 입법에 착수할 것을 주장했다.
오태양씨 "양심에 비춰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
한편 지난 2001년 12월 17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오태양(평화운동가. 29)씨는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로 살아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양심에 비추어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씨는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인 '전쟁없는 세상'을 통해 대체복무제도 도입·현역사병 복무환경 개선·군사문화 근절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17대 국회 개원에 맞춰 향후 대만 대체복무제도 시찰, 공청회·토론회 개최 등의 활동을 통해 대체복무제도 입법청원 운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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