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홍시 맛있게 먹는 방법은 그릇에다 확 풀어서 으깨 먹으면 훨씬 맛있답니다.김규환
뿌리박음을 한 나무에서 잎이 아직 싹을 틔우기 직전 어느 흐린 날 아버지께선 여러 이웃집에 부탁을 해두셨는지 좋은 종자인 대봉시와 파시 가지를 반 짐 가량 아침 일찍 잘라 오셨다. 그날은 감나무 접붙이는 날이었다. 나는 비닐을 떼어 내 작은 지게에 지고 왕복 십리 길을 따라 나섰다.
고욤나무는 감나무 대목(臺木)으로 즐겨 썼는데 먼저 웃자란 어린아이 키보다 더 큰 나무를 밑둥 언저리까지 죄다 잘라낸다. 굵기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큼이 적당하다. 잘 든 칼을 대목 잘린 부분에 1:2 비율로 정교하게 맞추고 나무망치로 ‘툭툭’ 쳐서 둘로 쪼갰다.
한 뼘이 안 되게 짧게 잘라 물통에 담아둔 감나무 가지 아래 접합할 부분 목질부를 새(鳥) 혓바닥 모양으로 납작하고 날카롭게 자르고 껍질 쪽은 두껍게 남겼다. 그 자그마한 걸 두 나무 사이에 끼워 넣으신다. 부름켜끼리 닿게 맞접을 하고 튜브 조각을 당겨 둘둘 돌려 묶고 양초에 불을 붙여 촛농을 떨어뜨렸다.
이랬다고 일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이윽고 잘라서 상처가 있는 나무 끝을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기 위해 불로 한 번 그을려준다.
“아야 비닐.”
“여깄어라우.”
건네 드린 비닐로 대목과 감나무를 한 몸이 되게 단단히 처매주고서야 한 개가 끝났다. 그렇게 그날그날 일 양에 맞춰 나무를 잘라가서 아버지는 사흘이나 산 속 밭엘 가셨다.
일주일쯤 지나서 가봤다. 살아 있는 것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뿌리에서 물기를 쏙쏙 용솟음치듯 올려 보내 잎눈에서 꽤 큰 싹이 돋아 있었다. 어떤 것은 고라니 오소리 멧돼지가 지나며 발로 툭 건드리는 통에 꺾여서 죽어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꽤 죽고 나무뿌리 옆에서 고욤나무 싹이 나오기도 했다.
6할 이상이 살아있으니 활착률은 그만하면 만족할 만 했다. 살아 있으면 이제 그곳에 지주목을 대서 들짐승이나 바람에 날리지 않게 보호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공을 들여 3년이 지나면 감꽃이 피어 첫해엔 예닐곱 개 열렸다가 그 다음부터 성목으로 자라 한 접, 두 접을 따고 많게 열릴 땐 한 나무에서 10접인 1000개까지 딸 수 있으니 어린 나에겐 감나무가 어떤 존재였겠나.
말이 밭이지 개울을 여섯 번 건너고 오르막 투성이인 그 곳은 산을 화전으로 일군 곳이라 평소에 가기엔 쉽지 않다. 내 고향 마을엔 지금은 노거수(老巨樹)가 되어 어른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출향자를 반긴다. 멀리서 감나무를 보면 고향 왔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