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멱살잡이로 얼룩진 한국노총 대의원대회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에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 선출

등록 2004.05.25 12:21수정 2004.05.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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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국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2신 : 25일 오후 4시 20분]

욕설·고성·멱살잡이 노총 대의원 대회는 '아수라장'


신임 위원장 선출과 규약 개정을 위해 열린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회의 도중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행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대의원들 간의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추태가 연발됐다.

동료 대의원의 발언권을 방해하는 행태는 다반사였고, 발언자를 향해 거친 험담을 내뱉는 경우도 간혹 발생했다.

이러한 파행적 행사진행은 회의 초반, 한 대의원이 회순 변경의 건을 상정시켜 줄 것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임원을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한 규약 개정안이 지도부 선출의 건보다 먼저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24일) 의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를 뒤집어 버리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

본격 회의에 돌입하기에 앞서 한 대의원은 "보름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는 직접선거 규약 개정안이 우선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의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며 회순 변경의 건 상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대의원들이 "왜 먼저하자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일부 자리에 앉아있던 대의원들이 덩달아 "치워라 치워" "조용히 해 뭐야"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사회자가 "이렇게 회의에 협조하지만 않으면 한국노총의 미래를 결코 밝지 않다"며 대의원들의 자중을 당부했지만, 고성은 계속 이어졌다. 회의장 한켠에서 마지막 순서로 예정돼 있는 '기타 토의'부터 먼저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지만 비웃음과 함께 묵살됐다.

결국 회순 변경의 건은 투표에 부쳐졌고, 대의원 다수가 회순 변경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분위기는 진정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발언자의 발언권을 가로막고 고성을 외치는 등의 비민주적 행태는 사회자의 자제요청에 불구하고 수차례 더 발생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에는 회의 도중 언성을 높이며 첨예하게 대립하던 두 대의원이 멱살잡이를 하며 욕설을 내뱉는 추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노총 내부의 계파간 갈등 수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주변 대의원들의 만류로 격한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깊이 패여 버린 감정의 골이 원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 두 명의 대의원이 회의 도중의 발언을 문제삼아 멱살잡이를 시작하자 행사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사진은 두 대의원들이 다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대의원들.

두 명의 대의원이 회의 도중의 발언을 문제삼아 멱살잡이를 시작하자 행사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사진은 두 대의원들이 다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대의원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비민주적 회의 진행으로 파행...부정 투표 의혹 제기도

회순에 따라 지도부 선출에 이어 직선제로 규약을 개정하는 안건이 상정되면서 대의원들은 하나 둘씩 회의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직선제 개정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비토' 작전을 쓴 것.

이같은 이탈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회 진행권을 넘겨받은 이용득 신임 위원장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했고, 대의원들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투표 도중 행사요원들이 투표 당사자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용지를 나눠준 것이 또 한차례 말썽을 불러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의원이 '1인 1표' 원칙을 어기고 1인 2표를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용득 위원장이 투표 마감을 선언하자마자 한 대의원은 " 투표 날인도 없이 진행하는가 하면 총 투표자가 몇 명인지, 그리고 누가 투표를 했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투표의 적법성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어 다른 한 대의원이 "이런 식으로 투표를 하다보니, 한명이 두세표 투표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느냐"며 부정투표 의혹을 본격 제기하자 회의장은 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일부 대의원은 이러한 문제제기가 귀찮다는 듯 "그냥 하자"고 목청을 높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은 "그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합법적인 유효투표로 인정해 줬으면 고맙겠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자, 곧장 다른 대의원이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비민주적 행위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느냐"며 이 위원장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결국 이 위원장이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면서 불상사는 수습됐고, 직선제 규약 개정안은 찬성표가 47%로 절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취임 첫날부터 이 위원장 도덕성에 '상처'…비조합원 부위원장 선임 파동

이날 회의에서는 취임 첫날을 맞은 이용득 신임 위원장의 도덕성에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의 추천으로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아무개씨가 임원 선출 하루 전에 조합원 자격을 획득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한국노총의 한 대의원에 따르면 정 아무개 부위원장은 어제(24일)까지만 해도 한국노총 직원노조에 가입이 안 돼 있었을 뿐 아니라 조합비도 내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여성 대표성을 이유로 정씨의 부위원장의 내정을 강행했고, 법적 문제의 해소를 위해 24일 전격 조합원으로 등록시켰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 대의원은 이날 회의장에서 "정아무개 부위원장은 여태까지 직원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이용득 위원장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정한 것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이 위원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이 위원장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국노총의 변화되는 모습 보여주기 위해 여성 부위원장이 상징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해를 구했다. 몇몇 대의원들이 이와 유사한 문제를 수차례 제기하자 이 위원장은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재검토하겠다"며 결국 꼬리를 내렸다.


[1신 : 25일 낮 12시 10분]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에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 선출


a 25일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용득씨가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5일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용득씨가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에 이용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선출됐다.

한국노총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위원장 보궐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이용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노총 위원장 보궐선거는 이남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총위원장을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게 됐다.

한국노총 위원장 보궐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617명 가운데 찬성 554표, 반대 60표, 무효 4표를 얻었다.

이에 앞서 이 신임 위원장은 출마연설을 통해 사회연대 강화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노총 지도부의 공정한 물갈이를 약속하며 "동지들의 심부름꾼으로 한번 신뢰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사랑 받는 노총 위원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용득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의 출마 발언 일부.

내가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이렇게 활동하겠다. 첫째 사회연대 강화를 통해 한국노총의 고립을 해소할 자신이 있다. 그동안 정치 민주화, 인권, 농민, 정치권, 재야 등 많은 운동하는 분과 교류하며 사회개혁을 위해 일해 왔다. 우호적 동지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지원 세력을 확보할 것이며, 향후 한국노총이 사회연대의 중심에 서서 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꿔놓겠다.

둘째,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과 사업방향을 잡아가겠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결의를 하지 않겠다. 위원장이 직접 현장 가까이 내려가겠다.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층부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권위적 위원장이 아닌 낮은 자세의 위원장이 되겠다. 향후 정치 방침 등 주요 사업 역시 현장의 의견에 따르겠다.

셋째, 인적 제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꿔 내겠다. 우선 한국노총 중앙의 인적 물갈이를 공정하게 이뤄낼 것이다. 그동안 타성에 젖은 사람은 이미 운동가가 아니다. 관료적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하부조직의 변화를 결코 주도해 낼 수 없다. 외부인사까지 포함하는 사회운동의 폭넓은 차원에서 새롭게 정비하겠다. 그리고 지역과 산별을 하나로 묶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그리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의무행사를 단순화시켜 중앙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한 조직체계 갖추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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