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앞 석등의 보살공양상안병기
무량수전 앞마당에 있는 팔각석등의 화사석에 양각된 4구의 보살상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보살 공양상의 부드러움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무량수전으로 가서 서쪽에 앉아계신 아미타불을 친견했다. 언제 보아도 늠름하다. 깨달은 자의 풍모가 저쯤은 돼야 하리라.
잰 걸음으로 무량수전 쪽 언덕에 삼층석탑을 지나 조사랑, 삼인당을 돌아오니 어느덧 저녁 공양 시간이다. 각종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으라는 뜻인지 갖가지 산채가 그득하다. '절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은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저녁 7시 줄에 내건 꽃등의 불들이 일제히 켜졌다. 응향각등 요사채는 물론 범종루와 안양루 아래 층에도 빼곡히 자리를 깔고 앉은 할머니들이 외는 "석가모니불" 소리가 봉황산을 메웠다.
저 할머니들의 원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기복, 구복의 저런 신앙의 형태를 원시적이라 폄하하기 전에 오늘 이 땅을 사는 우리네 삶이 얼마나 바스라지기 쉽고 연약한 것인지를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세우는 원력이 이뤄지기를 축원했다. 홀로 세우는 원력이 저 꽃등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원만을 세우는 것은 하품하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원력 뿐 아니라 여럿이 같이 세우는 원력, 즉 사회적 삶에도 관심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현세를 더불어 살기 좋은 극락정토로 만들어 가려는 마음 가짐이 혼자서 아미타불이 게신 극락에 가야겠다는 원력보다 상품상생의 삶이 아닐까 싶다.
혼자 잘 살기도 좋지만 간혹 민족통일, 평화 등 큰 원력을 세우는 대승적 태도가 그리운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