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여, 날개를 펴라!

등록 2004.05.27 10:19수정 2004.05.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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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맞아 이천에 살고 있는 여동생네 식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우리는 모처럼 찾아온 동생네 식구를 위해 과천 서울대공원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동산으로 가고 싶어했지만 휴일 인파로 붐빌 것같아 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동물원 가는 길
동물원 가는 길이임숙
그곳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세대(?)가 좀 달랐습니다. 새내기 부부와 취학 전의 아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희들 딴에 좀 자랐다 싶었는지 동물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류관에서 아이들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홍학, 고니, 두루미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수히 많은 질문했으며, 저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작새 우리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하얀 인도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습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저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휘황찬란한 날개는 아니지만 흰 공작이 희디흰 날개를 마음껏 펼쳐서 자랑하고 있습니다.

순백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습니다
순백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습니다이임숙
사실 저는 흰 공작이 날개를 펼친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옆에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인도 공작이 자신의 고고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흰 공작보다 날개도 길고 몸집도 컸지만 화려한 날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고하게 제 집에서 이리저리 거닐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날개를 펴 주길 기다렸지만 녀석은 아예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공작이여, 날개를 펼쳐라
공작이여, 날개를 펼쳐라이임숙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도 녀석의 날개를 보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날개를 펴지 않은 녀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아이들이 공작의 날개를 기억하면서 동물원에 다시 가자고 졸라댈 날이 또 올까요. 아이들도 저희들의 날개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맘껏 날개를 펼치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날개는 어떤 빛깔일는지요
아이들의 날개는 어떤 빛깔일는지요이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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