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혈사 나한전안병기
들머리에 있는 법당을 그냥 지나쳐서 언덕받이에 있는 나한전으로 먼저 갔다. 1985년 보물 제 832호로 지정된 나한전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아담한 건축이며 옆면에서 바라볼 때 사람 인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쌓았는데 맨 위 한 단을 화강암으로 마감했다. 그 위에다 자연석 초석을 놓은 다음 기둥을 세웠는데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약한 배흘림이다.
절의 문살을 이루는 나무의 재질은 거의가 춘양목이다. 춘양목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일대와 태백산맥 등에 분포돼 있는 소나무로 봉정사 극락전이나 부석사 무량수전도 이 춘양목으로 지었다.
꽃살문을 만들 때는 백년에서 삼백년 가량된 이 춘양목 가운데서 고른다. 한 나무에서도 북쪽을 보고 자란 쪽을 쓰는데 그것은 북쪽을 보고 자란 부분이 나이테가 촘촘하게 박혀서 형태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를 켜서 북남풍이 부는 쪽에서 삼 년간을 말려야 비로소 문살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고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추측컨대 내가 이 나한전 마당에서 올려다 보고 있는 저 꽃살문도 아마 그런 과정을 거쳐서 여기에 존재하고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