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배 교수 "신문 사주 등이 기득권 세력과 직간접 연계"

27일 가톨릭포럼서 언론의 '당파적 분열주의' 지적

등록 2004.05.27 20:02수정 2004.05.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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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에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4회 가톨릭포럼 "사회통합을 위한 언론과 종교의 역할" 제1주제 토론회
27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에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4회 가톨릭포럼 "사회통합을 위한 언론과 종교의 역할" 제1주제 토론회오마이뉴스 김태형

국내 언론이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중재자 역할보다는 사회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역기능에 빠져 있다는 원로 언론학자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언론 사주·사장 등의 영향력이 편집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역기능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최로 2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2층에서 열린 '사회통합을 위한 언론과 종교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방정배(61)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의 '당파적 분열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방 교수는 "한국 언론의 경우 뉴스 의제를 설정하고 해석틀을 제공하는 역할이 기자·PD보다는 편집국장에게, 편집국장보다는 1인 사주·사장·발행인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언론이 특정계층과 세력에게만 공론장의 기회를 베풀거나 박탈하는 횡포를 자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개혁 혹은 신문개혁은 그 실현·효과·위헌 여부를 떠나 사주의 주식소유지분 제한을 통해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는, 즉 편집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언론, 특히 신문의 현주소에 대해 방 교수는 "▲발행인·사주 등이 기득권 보수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보수 정당과 '동맹'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편파성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편집의 방향을 결정하는 왜곡구조가 타파돼야 한다는 것이 공감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강동순 감사 "KBS, 당파적 저널리즘 벗어나야"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강동순 KBS 감사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써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당파적 저널리즘의 성향을 벗어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특히 "시민단체는 재정의 건전성과 순수성을 회복해야 하고, 공영방송 노동조합은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며, BBC나 NHK처럼 사회직능대표 및 지역대표로 구성된 20~30명 내외의 경영위원회에 공영방송 사장의 임면권을 줘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추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의 당파적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예로 강 감사는 탄핵안 가결 직후의 보도 내용을 거론하며 "탄핵반대 여론이 7:3 비율이라고 해서 그 비율로 편성하고 방송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는 공영방송의 사회통합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제2주제 토론자로 참석한 안충석 천주교 고덕동 성당 주임신부는 국민여론과 상반된 국회의 탄핵결정 과정 자체의 문제를 거론하며 KBS의 탄핵관련 보도를 "국민 정서에 부합한 시대정신의 올바른 반영"이라고 강 감사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사회를 맡은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토론 진행 등을 이유로 강 감사의 추가발언 기회를 주지 않아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으나, 이 교수 역시 "이날 취재 오신 기사들에게 '좋은' 뉴스거리가 제공된 것 같다"고 언급,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서둘러 수습한다는 인상을 줬다.

<중앙> 기자 "'자코뱅당식 언론개혁' 성공할 수 없어"

마지막 토론자로 참석한 김택환 <중앙일보> 기자는 "한국 사회의 여러 갈등을 폭압적으로, 강제적으로 잠복시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갈등을 건강하고 공정하게 걸러내는 역할을 바로 언론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개혁의 문제에 있어 김 기자는 "이른바 언론개혁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순기능도 많이 했지만 시장 부문에 있어 혼탁한 경쟁 구조는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사·지국·독자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러나 김 기자는 "언론개혁이 정파적 입장에서 특히 정치권이 나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열린우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방식의 언론개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기자는 "언론개혁 문제는 언론 자율에 맡기거나 더 나아가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기자는 토론회에서 낭독하지는 않았지만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서 "작금의 열린우리당 중심의 언론개혁이 특정 신문 '손봐주기'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결코 국민의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언론 개혁을 주장하는 '자코뱅당식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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