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의회, 화인코리아 처리 의견 엇갈려

화의인가 판결 5일 앞두고 시의회 결의문 채택 논란

등록 2004.05.28 16:05수정 2004.05.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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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주시의회를 항의방문한 닭 오리 사육 농민들

나주시의회를 항의방문한 닭 오리 사육 농민들 ⓒ 신광재


오는 31일 광주지법에서 닭·오리 전문업체인 ㈜화인코리아에 대한 화의인가 판결을 앞두고 나주시와 시의회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재판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회사측이 시의회 결의문을 각 언론사에 배부, 시의회가 마치 화의인가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지자 28일 피해 농가들이 의회를 항의 방문해 시의회 의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시의회는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구제금융과 정책자금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반면, 나주시는 화인코리아 사태는 경영진의 부실 경영으로 계열 농가가 파산에 이르렀다며 근본적인 정상화 방안으로 제3자 인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의 화의인가 판결을 얼마 앞두지않은 민감한 시점에서 시의회가 마치 화의인가 찬성 쪽으로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비쳐지자 곧바로 시는 화의인가 반대를 분명히 밝히는 '우리시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주시의회 '화인코리아 정상화' 결의문 채택에 나주시 '정면 반박'

지난 27일 시의회는 86회 임시회에서 '㈜화인코리아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결의' 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향토기업의 부도로 인해 닭, 오리 사육농가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과 지역경제에 많은 피해가 예상되므로 회사 정상화를 위해 구제금융과 정책자금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화인코리아가 속히 정상화돼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안정을 되찾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헌할 수 있도록 양측이 원만한 타협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즉, 31일 열리는 재판에서 화의인가가 받아들여져 회사가 살아나야 한다는 입장인 셈.


그러나 나주시는 시의회의 결의문이 채택되자 곧바로 '화인코리아 부도사태에 대한 우리시의 입장'을 발표, 시의회의 결의안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나주시의 입장에 따르면 화인코리아측이 최근 향토 기업 살리기 여론에 안주해 오직 채권단과의 협상에 의한 경영권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특히 부도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경영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통해 경영진과 책임자를 문책한 뒤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건전한 재정능력을 갖춘 3자 인수 방안 등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회사 정상화 대책을 세우라며 법원의 화의인가 보다는 제 3자 인수에 무게를 실었다.


이처럼 시의회는 지역경제차원에서 화인코리아 파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반면 나주시는 농가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던지 아니면 제 3자 인수방안이 근본적인 회사 정상화 대책이라며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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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사육농가 '시의회 결의문 시기적으로 부적절'

화인코리아 화의인가 판결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나주시의회가 화인코리아 화의인가 찬성에 가까운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가운데 사육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농가들은 화의보다는 파산 절차를 밟아 제3자 인수를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1일로 예정된 화의인가 판결을 앞두고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결의문이 27일 나주시의회에서 채택되자 닭, 오리 사육농가 50여명이 28일 오전 시의회를 전격 항의 방문했다.

농가들은 "화의인가 판결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자칫 31일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인코리아 선전문이나 다를 바 없는 결의문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이길선 시의회 의장은 "잘못 생각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시의회에서는 향토기업인 회사와 농가를 함께 살려야겠다는 취지에서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시기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점에 대해서는 "고의는 아니었다"며 "미안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박양기 농가대책위원회 회장은 "나주시는 우리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반영해 입장을 발표한데 반해 시의회는 회사 선전문구만을 그대로 옮겨 회사를 대변해 준 꼴이 됐다"며 "지역민을 대변해줘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회사측의 입장만 귀담아 들어주고 있다"고 규탄했다.

결의문을 발의한 나익수 시의원은 "경영진을 염두해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오리농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본의 아니게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으로 비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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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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