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연합회 부산 지회 운영, 문제 많다

회비 운영 내역 공개 않고 일방적인 회비 징수 등 문제점 많아

등록 2004.05.28 16:59수정 2004.05.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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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받아보는 공문은 딱 3통

저는 10년 가까이 부산에서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는 자로서 이른바 학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학원연합회(독서실도 학원으로 분류됨)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선 학원연합회의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한국학원총연합회로, 각 시도별로 지회를 두고 지회 중심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교육이라는 점, 또 주로 개인이 꾸려가는 영세사업이라는 점에서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 학원의 입장에서 이러한 학원연합회의 필요성은 아주 크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학원연합회의 운영이 일선의 학원장과는 거의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학원장들에 군림하는 듯한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입니다.

각 지역이나 지회마다 운영 방식이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제가 속한 부산지회의 문제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연합회 안에는 단과 학원, 음악, 미술, 웅변, 독서실 등 여러 가지 분과로 나눠지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처한 문제점을 지적해 보겠습니다.

a 학원연합회 부산지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

학원연합회 부산지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 ⓒ 이성홍

독서실을 운영하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학원연합회로부터 받아 보는 공문은 딱 3통입니다. 학원연합회에서 실시하는 연수회에 참가하라는 것이 첫번째, 이에 불참하면 다음 보충연수회에 참석하는 것이 두번째, 그리고 마지막 보충연수회 참가 통지가 세번째입니다. 그리고 공문 말미에는 연회비를 같이 납부할 것과 불참할 경우 교육청에 통보할 것임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연수회란 교육청이 년1회 학원장과 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인데 지방조례로 이를 학원연합회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연수회는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며 불참시 교육청에 통보하면 벌점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점이 누적되면 영업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데 교육청의 벌점 자체가 일선 학원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원연합회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참가필증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학원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회비를 내고 참가필증을 받아올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학원들이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로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회원인지 아닌지도 몰라

그런데 더욱 엉터리 같은 일은 자신이 학원연합회의 회원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독서실을 운영하면서부터 학원연합회의 연수회 참가와 회비 납부 통보는 꼬박 꼬박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원 자격이나 회칙 등에 대하여 본 것도, 들은 것도 없으며 더더구나 본인의 가입 의사를 물은 적도, 답한 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학원연합회 담당자는 개원하면 자동적으로 회원이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학원연합회 사무실로 찾아가 겨우 얻어본 회칙 사본에는 이와 관련된 조항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타 지회는 처음부터 연합회의 가입 의사를 묻고 비회원인 경우 연수회 비용만 따로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학원연합회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백번 양보하여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회칙이나 회의 구성 그리고 회장 선거나 이사회, 대의원선거 또한 사업 계획이나 실적 보고, 비용 집행 등의 회계보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문에는 매달 이사회를 통하여 회비 사용 내역을 전액 공개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혹시나 하고 연합회 사무실로 찾아가 공개된 내역을 보자고 했으나 사용 내역을 이사회에서 공개한다는 뜻이지 이를 밖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발한 말을 들을 따름이었습니다.

참가필증을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회비 납부

다음 연회비의 결정과 추가 연수 비용 징수 문제입니다. 3만원하던 연회비가 지난 해에 5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다시 7만원이 되었습니다. 관계자는 다른 시도는 회비를 10만원도 받고 그 이상도 받는데 우리 지회는 올해 10만원 받을까 하다가 회원 사정을 고려해서 7만원으로 정하였다고 자랑하듯 얘기합니다. 어쨌든 7만원이든 10만원이든 어디에 필요하고 어떻게 쓰일 건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밝히면 되는 일이겠지요.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1차 연수회 불참시 보충 연수회부터는 보충 연수 회비를 따로 받습니다. 대개 2차, 3차까지 연수를 하는데 3만원의 추가 연수 비용을 내야 합니다. 어림잡아 5천여명의 회원이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한번에 모두 참여할 수가 있습니까. 당연히 보충 연수가 있어야 함에도 3만원을 내라는 것은 회원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전혀 없이 '한 번에 다 와'하는 식의 위압적이고 군림하는 듯한, 벌금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a 학원연합회 이름의 연수 자료

학원연합회 이름의 연수 자료 ⓒ 이성홍

무성의와 무신경의 극치, 지회 홈페이지도 없어

이는 회의 진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적십자회관에서 있었던 보충 연수회 때에는 1년에 한번 회원들의 공개 모임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서 회원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회장이라는 사람은 식순이 시작된 뒤에 나타나서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라며 당당하게 얘기하더니 인사말을 마치고 곧 연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강의 중에도 임원진들은 뒤편 입구 쪽에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날도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연수 진행에 학원장들은 세금 내듯이 돈을 내고 참가필증 하나 달랑 들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회비납부를 거부한 학원장 몇몇은 참가 확인을 받지 못한 채 억울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학원연합회 이름으로 연수 자료라고 주는 문건 중 하나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열람해 볼 수 있는 학원 관계 서식이나 서류 목록들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입 관계 기관의 수능시험 전략 및 각 대학 전형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자료였습니다. 이 모두가 입시 관계 잡지 부록이나 신문의 입시 특집란에 실릴 법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학원연합회자료라면 연간 사업 계획이나 실적 보고나 예결산 보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형식적인 회장 인사말이나 기구조직표, 회칙 등이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학원연합회 회원들을 의식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너무도 쉽고 편리한 시스템인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웬만한 학원들도 다 갖고 있는 홈페이지가 아직 없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실 홈페이지만 제대로 운영해도 매년 1회의 형식적인 연수를 위해 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학원장들에게 훨씬 알찬 연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열람해 본 결과 그나마 무늬만이라도 홈페이지가 있는 곳이 총연합회 본부와 경기지역연합회 정도였습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계획 중에 있는데 인원도 부족한데다 또 인터넷에 한 두사람이 부정적인 말을 쓰면 거기에 휩쓸려 연합회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변명까지 하더군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회원들의 타성과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

지금까지 한국학원총연합회 부산지회의 문제점들을 옆에서 느낀대로 말해 보았습니다.

요약하면 애매한 회원 가입과 연수회와 연계된 연회비 및 추가 연수비 징수 문제, 다음으로 연회비의 책정과 이의 집행 등 임원진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운영, 회칙이나 사업 계획, 실적 보고, 예결산의 회계 보고 등 불투명하고 비공개적인 운영 등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까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관행처럼 넘어간 일선 학원장들의 타성과 무관심일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이런 엉터리 연합회를 만들었을 겁니다.

직접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연합회라는 방패막이가 없을 때 실제로 교육청과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사회 모든 분야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좇아가야 한다고 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더이상 덮어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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